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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책의 소개처럼,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이지만 그 소재는 제법 묵직하다. 불륜을 저지른 가정주부인 주인공은 죽기를 결심하고 산으로 오르지만,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이라는, 산이라는 소재를 굉장히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일단 그 부분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불륜이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자유라는 묵직한 내용들이 들어있지만, 그보다는 산과 자연을 그려내는 것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은 산에 들어간 이후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깨닫는다. 물론 인간의 본질이라든지, 욕망이나 자유로운 삶에 대해서는 알겠지만, 불륜이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든 이해하기 힘든 행위다. 내가 탐하는, 나를 탐하는 상대방이 아닌 나와 사회적 약속을 한 상대에게는 폭력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굳이 하고 싶지 않다. 어쨋든, 놀라운 점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러한 소재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이지만, 비현실적인 한편의 소설로써만 받아들이며 읽게 되었다. 이는 가볍게 진행되는 작가의 문체적 특성과 산이라는 존재가 주는 아름다움이 압도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해석이야 얼마든지 자유롭고,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 의미를 찾아내는 건 독자의 몫이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여성주의적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적어도 내가 읽으면서는 그런 늬앙스를 찾지 못했다. 그저 여성작가의 주인공이 여성인 소설일 뿐이고, 그 소재가 인간의 욕망, 가정주부의 불륜일 뿐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재미있게 쓰여진 소설이다. 꽤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자연을 아름답게 그려내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 이야기도 굉장히 기대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느낀 점을 쓴 글입니다>
#그산의미화원 #장수정 #로에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