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일취월장 - 나날이 성장하는 나를 위한 그 한마디 공병호의 우문현답 시리즈 2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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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재능을 갈고 닦는 크나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모두 하는 수준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실로 '엄청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인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조금은 미친 듯이 질주하는 시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재능이 가능성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화되어 간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겁니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성취를 해나가게 되는 것이죠.」- 본문 중에서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아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난감한 기로에서 멈추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알기 시작했을 때 멈추지 말고 계속 배워야만 했는데, 어느 정도 능숙해졌다는 자만감에 빠지면 곧바로 낭떠러지로 직행하는 구덩이에 빠진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내가 난데?'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할 것인가? 나는 이십 대의 중간 지점까지 힘차게 달려왔다. 그리고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어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차가운 음지에 앉아버렸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나의 눈꺼풀을 점점 짓누를 무렵이면 '정신 차리자. 여기서 잠들 수는 없다.'라는 내면의 기도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인생이란 '아깝다'는 것을 느끼는 자만이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 거기서 더 욕심을 내보자면 '아깝지만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자'가 진짜 멋진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일취월장합시다! 너도나도 모두 한마음으로 나날이 발전하면서 나아갑시다. 우린 할 수 있어요!

공병호의 <일취월장>은 이 시대 청춘을 향해 도전장을 내민다. '당신, 지금 거기서 뭐하는건가? 당장 일어나시게!'라고 말이다. 여기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아라. 그들은 축복받은 천재가 아니다. 왜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가. 이 책은 평소 저자가 책을 읽으면서 발췌한 문장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엮어낸 자기계발서다. 혼란스러운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책의 날카로운 소제목이 인상적이다. 구구절절 나열된 문장을 읽으면 깊은 사색과 통찰을 경험할 수 있으나, 짧은 문장 속에 핵심만을 집어넣은 저자의 독특한 글솜씨는 읽는 이로 하여금 빠른 두뇌 회전과 동시에 쓰는 자와 읽는 자의 심리가 하나로 겹쳐지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놓았다. 그래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속하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의 짜임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고, 간결하면서도 굵직한 책의 충고는 별도로 메모를 해놓고 싶을 만큼 실용적인 부분이 많았다.

 


「이 책에는 늘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제 내면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작은 실천 방법들도 담겨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가슴과 머리에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길 바라고, 그 울림은 행동으로 이어져 여러분의 삶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본문 중에서

 

 



 

 

나는 적당히 사는 사람을 경계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것은 분명히 가능성을 내포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음을 실토할 수밖에 없다. 사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도리어 큰 화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내 삶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런 의미를 다른 누가 찾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도 없습니다.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삶 자체가 그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한다. 그게 바로 일취월장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장 중에 익히 들어왔던 부분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되새김질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꼼꼼하게 읽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사람이란, '항상 현실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 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적당히 살고 싶어도 살 수 없을 것이며, 언제나 기회의 문을 두드리고 또 직접 만들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 '일취월장'의 뜻을 이룰 수 있다. 그게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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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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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무언가를 언급하는 기준점은 인간이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인간이 안전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생활 속의 크고 작은 생산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한다. 자연이라고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일어난 우면산 산사태는 예고된 참사였다고 한다. 왜 알면서도 그렇게 방치를 해놓았을까? 산을 산이라 보지 않았던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이 무고한 생명을 희생양으로 삼고 말았던 것이다. <뒷산이 하하하>를 읽기 시작할 무렵부터 중부지방에 내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곤 했었다. 그래도 '별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태도는 순식간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180도 달라졌다. 산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산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제법 많은 걸로 안다.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딱히 그럴싸한 대답도 없다. 그냥 좋단다. 그래서 수시로 산을 오르내리며 산사람이 되고자, 산을 닮아가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살도 산, 죽어도 산이 될 테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적어도 산의 가치는 쉽사리 하락하지 않을 듯싶다. 산보다 앞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산을 '뒷산'이라 부른다. 근처에 산이 있는 사람은 익숙한 풍경이겠으나, 이 책이 다루는 주된 내용은 '뒷산'에 꽁꽁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인지라, 산이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아 뒷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뒷산에 가면 우리의 희로애락이 새벽이슬처럼 내리깔려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책이라 보인다. 산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숲이 빈약해지니 물길도 다 말랐다. 늘 흐르던 삽자루만한 실개천도 없어진 지 오래다. 물이 없는데 물고기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물가를 기웃거리던 동물들은 자취도 없고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조류만 몇 종 보인다. 약수터 뒷산만 가지고는 그들도 벌써 씨가 마를 일인데 그래도 새들은 주변의 산들을 넘나드는 날개 덕분에 겨우 살고 있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모든 존재들의 발자국은 땅에 새겨진다. 땅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이 생명을 일구는 바탕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터전도 하늘이 아니라 땅이다. 물고기가 사는 강물과 바닷물도 땅 위에 담긴 것이다. 비상과 유영의 시원이 모두 땅인 것이다.」- 본문 중에서

 

 



 

 

부러진 나무, 찢겨진 나무, 뿌리째 뽑힌 나무가 무성한 숲의 실태를 고발한다. 아니, 고발이라기보다 실상을 알아달라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인지도 모른다. 맑은 물이 철철 넘쳐흐르는 약수터를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은 묵묵히 세월의 무게만큼 무거워진 물통을 낑낑대며 산을 오르내린다. 첨벙거리는 약수가 조금이라도 새어나올세라 내려가는 발걸음이 조심스럽고도 경쾌하다. 산도 산이거니와 이토록 섬세하게 관찰하고 사색한 결과물을 묵직한 책에 담아온 저자의 솜씨가 활달하게 헤엄치는 잉어처럼 느껴진다.

 

산의 앞과 뒤는 인간이 정한 하나의 기준점에 불과하다. 산이 존재하는 그 자체를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내가 앞에 있으니, 산이 뒤에 있노라 생각해서는 안 되리라. 이 짧은 문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나머지는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떠넘기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항상 내가 생각하건대, '공존'을 반드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산을 마음껏 음미하고 만끽한 저자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숲 속에 드러누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훔쳐보는 느낌을 받았다. 약수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한 수질검사에 의한 것일까. 산 자체가 오염되는 세상인데, 산에도 유효기간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변질된 숲 속을 걷고 싶지는 않다. 산을 지키는 법이라…… 나는 이 책을 읽고 그토록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우리의 푸른 산을 어찌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잠시나마 고민에 휩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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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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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어디에 계실까. 니네 엄마도 걔네 엄마도 모두 큰일이다. 전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집구석이 제대로 돌아가야 가족들 팔자도 쫙쫙 펴지는 법이다. 전부다 저 잘난 맛에 살겠노라 떵떵거리면서 가족 간의 단합은 꿈도 꿀 수 없게끔 높다란 장벽을 쌓는다면, 그게 어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끙끙 앓고 있는 사람더러 '어디 아프냐'고 묻지는 못할망정, '학교 가기 싫어서 생쇼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고 내 팔자야. 내가 어쩌자고 다 늙어서~'라는 노래는 어디서 배우셨는지, 하루죙일 가족들 앞에서 불러대는 할머니는 또 왜! 뒤룩뒤룩 돼지처럼 살이 쪄서 제대로 된 옷은커녕, 임부복을 입고 다니는 언니는 또 뭐하는 짓인지……. 아빠는 세 명의 여인을 통해서 오빠, 언니, 여울을 세상에 내놓았다. <불량 가족 레시피>의 화자인 여울이는 썩어빠진 집구석을 보면 속이 터져서 죽을 것만 같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수행평가 과제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을 써오라고 한다. 도대체 여울이는 뭘 어떻게 적어야 할지…….

 


「요즘 가족에 대한 낯선 감정들 때문에 오락가락할 때가 있다. 아빠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틈만 나면 줄담배를 피우기 예사다. 그럴 때면 아빠의 팔자 주름이 더 깊게 패어 노인처럼 보이곤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불퉁거리던 아빠지만 늙긴 늙은 모양이다. 목소리에 힘도 없고 즐겨 하던 고스톱 게임도 하지 않는다. 나는 한 번도 아빠가 늙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큰소리 탕탕 치면서 성질만 부릴 것 같은 아빠가 맥이 풀려 거실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본문 중에서

 

 



 

 

우리 집 이야기요? 들어보면 후회하실 텐데, 그래도 시간 되시면 한번 들어보실래요? 진짜 불량 가족이 따로 없어요.

<불량 가족 레시피>는 사춘기 소녀의 파란 만장한 삶이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그림과 같다. 더이상 그려넣을 공간이 없어 보인다. '참 잘 그렸구나!'라고 칭찬해주면 될 것 같은 예감도 드는데……. 나는 칭찬만 해줄 순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 그렸니?'라고 묻고 싶다. 여울이는 과연 뭐라고 대답을 할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먹는 것도 행복인 줄 알아야 했던 시절은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나는 불행한 적 없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걸까.

 

저자는 여울이를 통해서 '거짓말'하는 어른을 따끔하게 문책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거짓말로 말미암아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움켜잡고 있지는 않았나? 그래서 아이들을 버르장머리 없고, 웃어른 공경할 줄 모르는 '비정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누구한테 배운 말버릇이냐고,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느냐고 말이다. 너는 공부를 잘해서 봐주고, 너는 원래 말도 안 듣고 공부도 못하는 애다. 저놈은 대학이나 갈 수 있을지 몰라. 이 말을 청소년에게 꼭 해야만 하는 말인가?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해도 남들이 관심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요. 그건 서로 사랑하라는 아주아주 고리타분한 교훈이기도 하죠. 제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요, 사람들 마음에 사랑이 있다는데, 어른들을 보면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본문 중에서

 

학교에서 과제로 내어준 '자서전 쓰기'가 여울이에게 가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된다. 콩가루 집안을 무어라 적겠냐고 한숨을 내쉬던 여울이는 마지막에 '그래도 가족이니까, 이제는 진짜 변화가 필요해'라고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교육을 전공하고 있어서인지, <불량 가족 레시피>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어왔는데, 이번에도 나의 선택은 헛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 청소년과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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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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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한다면 나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니까!

나는 학창시절에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불량청소년이 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기만 했다. 사실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일찍이 '나는 공부로 성공할 케이스는 아니다.'는 오만방자함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냥 '주특기'만 열심히 살리기 위해서 파고들었다. 나에게 주특기란, '글쓰기'와 '책 읽기'였다.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열심히 돌아다녔다. 여행비를 벌기 위해서 친구와 함께 전단지 아르바이트도 계획을 짜서 성실히 했던 적도 있었다. 우리는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로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되는대로 떠나는 여행을 즐겼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의 학창시절은 거침없이 밀어닥치고 사라지는 밀물과 썰물처럼 흘러만 갔다.

 

우리는 청춘이었고 영원히 청춘으로 남을 것이다. 키켄처럼! 친구처럼!

<키켄>은 수상한 공대남들의 일탈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비상한 머리를 가진 괴짜들이다. 아무 현 아무 시에 있다는 '세이난전기공과대학교'에 다니는 네 명의 공대 남학생이 이 책의 주요 인물! 아, '키켄'은 일본어 발음으로 위험(危險)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이난대학의 '기계제어연구부'라고 적힌 개성이 강한 동아리 홍보 전단지를 보게 된 신입생 '모토야마 다카히코'와 '이케타니 사토루'

 

가입하겠다는 말도 없었는데, 이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기계제어연구부'의 부장인 '우에노 나오야'였다. 그는 세이난대학교의 위험인물이었는데, 동아리를 함께 운영하는 '오오가미 히로아키'는 날카로운 시선이 상대에게 강렬한 위협감을 주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기계제어연구부'를 속된 말로 '키켄'이라 부르는 사람들! 이 네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끄러워, 처음부터 이상한 시비를 걸어와 악연을 만든 건 그놈들이야! 정의는 우리 편! 하루에 500그릇 팔 각오로 가게를 하는 우리에게 맞서려고 들다니 어림 반 푼어치 없지!" 기본적으로 그날그날 다 팔겠다는 기백으로 가게는 운영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세이난대학교의 꽃이라 불리는 축제가 열리는 날, 대학 동아리마다 코너를 맡아 개성 있는 실력을 뽐내게 된다. '키켄'은 동아리의 역대 선배들로부터 전수받은 특별한 라면요리를 선보이기로 한다. 이들은 총 아홉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과 함께 역할을 분담하고 본격적으로 라면장사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구수한 육수를 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이거는 축제를 즐기는 게 아냐! 우리가 라면장사나 하려고 키켄에 들어온 거였어?

그래도 어쩌겠는가. 선배가 시키면 '네네'모드로 공손하게 고개 숙여야 한다. <간판에 거짓 없음! '기적의 맛' 올해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라는 멘트를 내걸고 축제장에 놀러 온 사람들의 입심을 사로잡는 동아리 친구들! 이따금 경쟁의식을 느낀 다른 동아리의 얄팍한 음모에 휘둘려 '라면장사'에 차질이 조금 생겨도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나는 키켄의 대장부들이다.

 

<키켄>은 얼떨결에 '기계제어연구부' 동아리에 가입했던 신입생 모토야마 다카히코가 자신의 아내에게 대학 시절의 추억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내용은 자연스럽게 소설형식으로 진행되고 하나의 사건이 일단락 지어지면 아내와의 짧은 대화글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뜨겁게 타오르던 그 열정과 패기를 회상하는 모토야마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키켄이다. 키켄은 우리의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키켄이었다. 키켄은 우리의 것이었다. 그 시절은 사라지지 않는다. 없어지지 않는다. 추억은 늘 거기에 있다. 그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보물이 되었다. 온 힘을 다하여 무의미했고, 온 힘을 다하여 무모했고, 온 힘을 다하여 진지했다. 도대체 그런 시절을 인생에서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추억담을 끝으로 아내와 다시 찾아간 대학교 축제장. 그곳에는 키켄의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었고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라면을 열심히 끓여내고 있다. 가슴 한 켠이 시려 오는 모토야마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동아리방이 있었던 곳으로 가게 된다. 아니나다를까!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선후배와 동기들이 먼저 다녀간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초록빛으로 물든 칠판에는 서로의 이름을 적어놓고 안부를 묻는 소식들로 가득하다. 모토야마는 울고 싶어진다. 그저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서 있을 뿐이다.

 

남자들의 진짜 우정을 아는가? 이건 남자들만의 비밀이다. 궁금하다면 <키켄>을 읽어봐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키켄'은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다. 학창시절 속에 뭉게뭉게 피어 있는 구름 덩어리마다 이름을 붙여준다. 그 중심에는 친구와 우정이 빠질 수 없는 법. 책의 배경은 비록 대학교를 무대로 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세상 모든 청춘이 지금 겪고 있는 상황 그 자체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의 인생에서 '너와 나'가 한몸이 되어 움직일 수 있었던 그 존재, 바로 친구다. <키켄>을 읽으면서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추억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고놈의 '키켄라면'이 얼마나 맛있기에! 오늘따라 라면이 땅긴다. 공대남의 화끈한 라면솜씨를 어찌 맛볼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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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의 눈물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세사르 마요르키 지음, 김미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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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며 나타난 유령과 열다섯 살 소년 하비에르의 신비로운 교감을 그려낸 <시바의 눈물>

병원에서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은 아버지의 격리치료를 위해 여름방학 동안 이모부 댁에서 지내게 된 하비에르. 형으로부터 이모부 댁에 가면 예쁘장한 사촌이 4명씩이나 있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을 듣게 된다.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엄청난 일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예쁜 사촌들이 있는 곳으로 얼른 가고 싶은 사춘기 소년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만 하는데…….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네 자매를 만나게 된 하비에르, 그녀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단정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특히, 하비에르와 동갑인 셋째 비올레타와 옥신각신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공상 과학을 좋아하는 하비에르와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비올레타가 서로의 독서 취향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꽤 유익했다. 사건의 발단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이모부 댁에 도착한 첫날밤이었다. 하비에르는 정체불명의 미세한 흐느낌을 감지하게 된다. 방 안을 맴도는 수선화 향기만 진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것 같아. 베아트리스가 산탄데르에서 멀리 도망간 다음, 어딘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건 분명해.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 목걸이를 챙겨 가서 팔았을 확률이 높지."」- 본문 중에서

 

 



 

 

시바의 눈물은 고가의 목걸이로 당시 재력가였던 베아트리스 부모가 멘도사 가문의 아들과 정략결혼을 시키려고 하였는데 그때 멘도사 가문에서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선물했던 목걸이다. 그 당시는 큰 세력과 결탁하여 정략결혼이 행했던 시대였기에 베아트리스 역시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결혼이 취소될 경우, 예물로 받은 목걸이를 돌려주어야 했는데, 베아트리스와 시바의 눈물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두 가문은 목걸이의 행방을 두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앙숙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미궁 속 사건으로 남겨진 것. <시바의 눈물>은 억울한 누명을 쓴 '베아트리스'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그리고 하비에르와 비올레타는 유령이 전하는 메시지를 해석하면서 손발이 척척 맞는 팀이 되어 사건에 뛰어드는데…….

 

 



 

 


「어찌 보면, 그 일은 마치 고고학 발굴 작업과도 같았다. 차이점이라면 아래쪽으로 파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치워 나간다는 것뿐이었다. 그러한 잡지와 신문, 혹은 편지들 덕분에 어느 시대까지 왔는지는 쉽게 분간이 되었다. 」- 본문 중에서

 

 


「"조만간 누군가에게 내 비밀이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지금껏 비밀을 지켜 왔고, 또 얼마 안 있으면 그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갈 수도 있었는데……." 할머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문 중에서

 

<시바의 눈물>은 열다섯 소년의 성장기와 추리적 요소가 결합된 판타지 소설집이다. 사라진 목걸이가 중심이 되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듯하지만, 사춘기 소년소녀의 성 정체성, 일탈, 문학적 감성, 독립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로맨스와 추리 그리고 판타지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서 열심히 읽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비록 나이는 어렸으나,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향해 책임감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해냈다. 한여름밤에 일어난 유령과의 만남! 해피엔딩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자라는 청소년에게 유익한 책이라 생각되어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 드는 책! <시바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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