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나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니까!

나는 학창시절에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불량청소년이 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기만 했다. 사실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일찍이 '나는 공부로 성공할 케이스는 아니다.'는 오만방자함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냥 '주특기'만 열심히 살리기 위해서 파고들었다. 나에게 주특기란, '글쓰기'와 '책 읽기'였다.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열심히 돌아다녔다. 여행비를 벌기 위해서 친구와 함께 전단지 아르바이트도 계획을 짜서 성실히 했던 적도 있었다. 우리는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로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되는대로 떠나는 여행을 즐겼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의 학창시절은 거침없이 밀어닥치고 사라지는 밀물과 썰물처럼 흘러만 갔다.

 

우리는 청춘이었고 영원히 청춘으로 남을 것이다. 키켄처럼! 친구처럼!

<키켄>은 수상한 공대남들의 일탈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비상한 머리를 가진 괴짜들이다. 아무 현 아무 시에 있다는 '세이난전기공과대학교'에 다니는 네 명의 공대 남학생이 이 책의 주요 인물! 아, '키켄'은 일본어 발음으로 위험(危險)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이난대학의 '기계제어연구부'라고 적힌 개성이 강한 동아리 홍보 전단지를 보게 된 신입생 '모토야마 다카히코'와 '이케타니 사토루'

 

가입하겠다는 말도 없었는데, 이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기계제어연구부'의 부장인 '우에노 나오야'였다. 그는 세이난대학교의 위험인물이었는데, 동아리를 함께 운영하는 '오오가미 히로아키'는 날카로운 시선이 상대에게 강렬한 위협감을 주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기계제어연구부'를 속된 말로 '키켄'이라 부르는 사람들! 이 네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끄러워, 처음부터 이상한 시비를 걸어와 악연을 만든 건 그놈들이야! 정의는 우리 편! 하루에 500그릇 팔 각오로 가게를 하는 우리에게 맞서려고 들다니 어림 반 푼어치 없지!" 기본적으로 그날그날 다 팔겠다는 기백으로 가게는 운영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세이난대학교의 꽃이라 불리는 축제가 열리는 날, 대학 동아리마다 코너를 맡아 개성 있는 실력을 뽐내게 된다. '키켄'은 동아리의 역대 선배들로부터 전수받은 특별한 라면요리를 선보이기로 한다. 이들은 총 아홉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과 함께 역할을 분담하고 본격적으로 라면장사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구수한 육수를 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이거는 축제를 즐기는 게 아냐! 우리가 라면장사나 하려고 키켄에 들어온 거였어?

그래도 어쩌겠는가. 선배가 시키면 '네네'모드로 공손하게 고개 숙여야 한다. <간판에 거짓 없음! '기적의 맛' 올해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라는 멘트를 내걸고 축제장에 놀러 온 사람들의 입심을 사로잡는 동아리 친구들! 이따금 경쟁의식을 느낀 다른 동아리의 얄팍한 음모에 휘둘려 '라면장사'에 차질이 조금 생겨도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나는 키켄의 대장부들이다.

 

<키켄>은 얼떨결에 '기계제어연구부' 동아리에 가입했던 신입생 모토야마 다카히코가 자신의 아내에게 대학 시절의 추억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내용은 자연스럽게 소설형식으로 진행되고 하나의 사건이 일단락 지어지면 아내와의 짧은 대화글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뜨겁게 타오르던 그 열정과 패기를 회상하는 모토야마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키켄이다. 키켄은 우리의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키켄이었다. 키켄은 우리의 것이었다. 그 시절은 사라지지 않는다. 없어지지 않는다. 추억은 늘 거기에 있다. 그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보물이 되었다. 온 힘을 다하여 무의미했고, 온 힘을 다하여 무모했고, 온 힘을 다하여 진지했다. 도대체 그런 시절을 인생에서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추억담을 끝으로 아내와 다시 찾아간 대학교 축제장. 그곳에는 키켄의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었고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라면을 열심히 끓여내고 있다. 가슴 한 켠이 시려 오는 모토야마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동아리방이 있었던 곳으로 가게 된다. 아니나다를까!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선후배와 동기들이 먼저 다녀간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초록빛으로 물든 칠판에는 서로의 이름을 적어놓고 안부를 묻는 소식들로 가득하다. 모토야마는 울고 싶어진다. 그저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서 있을 뿐이다.

 

남자들의 진짜 우정을 아는가? 이건 남자들만의 비밀이다. 궁금하다면 <키켄>을 읽어봐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키켄'은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다. 학창시절 속에 뭉게뭉게 피어 있는 구름 덩어리마다 이름을 붙여준다. 그 중심에는 친구와 우정이 빠질 수 없는 법. 책의 배경은 비록 대학교를 무대로 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세상 모든 청춘이 지금 겪고 있는 상황 그 자체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의 인생에서 '너와 나'가 한몸이 되어 움직일 수 있었던 그 존재, 바로 친구다. <키켄>을 읽으면서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추억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고놈의 '키켄라면'이 얼마나 맛있기에! 오늘따라 라면이 땅긴다. 공대남의 화끈한 라면솜씨를 어찌 맛볼 순 없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