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을 열다
송인갑 지음 / 청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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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향의 세계에서 엮어지는 미묘한 정서와 관념을 일으키는 쾌락이다. 향의 매력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부에 있는 열망을 표현한다. 향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의 숨겨진 면을 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인격을 드러낸다.」p.33

 

인간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향(香)에 대하여 말하다.

인간의 '후각'과 인간을 위한 '향기'의 미묘한 조화, 책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에워싸는 향(香)의 모든것을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사는 동안에 스스로 만들어내는 향기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서 느껴지는 향기가 곧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인간의 향기'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살면서 부대껴온 환경의, 타인의, 어떤 물건의 향기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될 때, 그것이 곧 나만의 향기가 되는 것임을 말이다.

 

후각으로 찾아내는 세상의 아름다움

인간의 감각은 살아감에 있어서 '산다는 것'에 대한 쾌락을 선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건강한 신체와 정서적 안정감 유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각과 후각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신체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데에는 일정한 양의 음식물 섭취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후각의 기능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몸소 느끼면서 살아간다. 후각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대상과 상황을 미리 알려주며, 향기로운 꽃 그리고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추억(追憶)으로 남겨진다.

 

후각의 철학, 향 문화에 대하여 말하다.

이 책은 '후각'과 '향기'에 관한 다양한 내용과 관점을 제시하는 인문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후각의 철학과 문화 그리고 타 분야와의 통섭을 통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2부는 공간과 향의 관계에 대하여 해석한다. 공간 속에 존재하는 향의 존속성, 그리고 향의 미래에 대해서도 저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제3부는 향이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을 두루 살펴보는 향기 감성의 여행일지가 소개된다. 제4부는 한국과 중국이 지닌 향의 역사를 알아보며, 끝으로 제5부는 조선 시대 실학자 최한기 선생의 『기측체의(氣測體義)』에 있는 '비통'의 전문을 해석하고 최초로 주석을 달아, 우리나라가 지닌 후각의 철학을 바로 알고자 함이 실려 있다.

 

《후각을 열다》는 인간의 후각에 대한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화적 가치에 대한 내용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물론, 후각(嗅覺)의 내외적 의미와 기능에 대하여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제3부에서 다룬 「향기 여행」이 참 좋았다. 향이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과 향 문화에 대하여 알아보았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조선 실학자 최한기의 『기측체의』에 수록된 글이다. "냄새는 물기에서 나서 거짓이 없고, 후각은 생기에서 나서 성실함이 있어, 억지로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하고 싫어함이 있기 마련이다." 숨김 없이 존재하는 그대로 우리를 찾아오는 향기(香氣)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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