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 탐 청소년 문학 6
노경실 지음 / 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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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울고 싶어도, 마음껏 눈물 흘릴 여유조차 없었다.

눈물은 사치였으며, 나에겐 오직 성적순으로 대접받는 학교의 세계, 그 자체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치였다. 우리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지키는 것에 치우쳐, 학교생활의 기본을 망각하곤 했었다. 겁 없는 십 대, 오히려 우리는 겁이 많은 십 대였다. 나는 학창시절에 단 한 번도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청소년이 주인이라 불리는 학교에서, '청소년을 위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학교는 우리를 열등감에 시달리도록 내버려두었고, 소위 공부 좀 한다는 극소수의 녀석들에게 눈알이 빠지도록, 기대하고, 또 응원하고 있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 "나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

이 책은 마음이 아픈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부터 한동네에 살아온 현호, 태수 그리고 지혁- 이렇게 세 친구의 모습을 통해서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자식농사, 제대로 지어보겠다는 부모의 지나친 열정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는 지혁의 모습은, 여느 가정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왜 우리는 청소년을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 녀석들은 묻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가 뭐죠?", "우리는 왜 학교에 다닐까요?"

 

아이들이 말한다. "어디 나와보라고 해! 나만 아픈 거야? 넌 괜찮아?"

철이 일찍 든 아이들은 알고 있다. 잘 먹고 잘 살려면, 공부 열심히 해서 출세해야 한다는 것을. 어른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짜식, 철 들었네. 이제 세상을 좀 알겠어?" 그러나 철이 들어서 현실에 대처하는 법을 깨달았다고 볼 순 없다. 현실에 부딪혀서 소신껏 꿈을 펼치기도 전에, 자포자기하게 되는 아이들의 속마음은-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따르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살아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언제나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을 오갈 뿐이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 그 아름다운 시절에 '미래에 무엇을 하여 먹고 살 것인가?'를 걱정한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부추기는 이 땅의 모든 어른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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