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완전 종이 낭비야!
션 테일러 지음, 최지현 옮김, 박형동 그림 / 다림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은 청소년에게

우리 엄마는 마약 중독자다. 엄마에게 주기적으로 마약을 제공하는 남자가 한 명 있다. 그가 우리 엄마의 인생을 망쳐놓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마는 약이 부족하거나 아예 투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나에게 화를 내기 십상이다. 내 이름은 제이슨. 어른들은 나에게 행동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행동이 난폭하다는 것이다. 하여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얼마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난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완전 종이 낭비야》에 나오는 제이슨의 엄마는 마약 중독자다. 제이슨의 반항과 정서적 불안 그리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엄마는 과감히 약물치료를 하면서 약을 끊었다. 그러나 문제는 제이슨의 억눌린 자아정체감, 성격과 행동의 불안정함이었다. 이른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피트 선생님이 '제이슨의 일기장'이라며 공책 한 권을 주었다. 선생님은 매일 이 공책에 무엇이든 써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따. 난 이거야말로 완전 종이 낭비라고 딱 잘라 말했다. 피트 선생님은,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뭔가 쓰고 싶어질 때는 여기다 써 보라고 했다. 죄송하지만, 선생님. 저는 쓰고 싶은 게 정말 하나도 없거든요!」(p.9)

 

제이슨의 이유 있는 반항, "제이슨, 그건 절대로 종이 낭비가 아니란다."

이 책은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 또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로 인해 고통받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이슨을 비롯한 학교 친구들은 저마다 이유 있는 반항을 시도한다.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제이슨에게 특별히 일기장 한 권을 선물했다. 무언가 쓰고 싶어질 때면 일기장에 적어보라고 한 것이다. 글재주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생각하는 제이슨이었다. 그러나 제이슨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기라도 하듯, 일기를 꼬박꼬박 쓰기 시작한다.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엄마와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이슨의 일기는 엉뚱하면서도 섬뜩한 부분도 있으며,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고통과 슬픔도 곳곳에 새겨져 있다.

 

「지금까지 쓴 일기를 죽 읽어 보며 이걸 쓰면 대체 뭐가 도움이 된다는 건지 생각했다. 그냥 시시한 이야기들뿐인데 말이다. 리처드 선생님과 애런 선생님이 온 이후로 작년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됐다. 수업 중에 또 쫓겨난 건 바로 나였으니까. 난 강변 기찻길로 갔다. 이 일기장을 강에 던져 버릴 작정이었다. 피트 선생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p. 75)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말과 행동이 더욱 거칠어지는 법이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사람이니까.

《이건 완전 종이 낭비야》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제이슨의 이유 있는 반항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가? 평범하지 않은 제이슨의 가정환경을 통해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의 어두운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제이슨의 일기장이다. 제이슨은 일기를 쓰면서 집과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용의 절반 이상은 제이슨의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주관이 뚜렷하다. 일기장은 종이 낭비라고 생각했었음에도 누군가 자신의 일기장을 읽을까 봐, 즉 자신의 속마음이 탄로 날 것을 걱정하고 있는 제이슨이다. 제이슨은 일기를 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일기 쓰기를 통한 마음 치유, 부모와의 소통이 차단된 청소년이 겪는 심리적 고통에 대하여 말한다. 누구의 잘못을 논하여 이를 바로 잡자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마음이 무엇에, 누구에 의해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책은 제이슨의 엄마가 우연히 일기장을 읽게 되면서 끝을 맺는다. 그동안 제이슨의 상처와 고통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은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데…… 결국은 가족의 사랑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 그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다. 한동안 잠잠했음에도 청소년의 자살과 학교 폭력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실로 드러난 문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그 일차적 원인은 아마도 청소년의 가정환경 즉,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이슨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도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달래는 편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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