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이 풀과 나무 그리고 꽃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본래 인간은 자연처럼 살게끔 만들어진 존재라는 생각을 했었다. 더욱이 인간의 신체와 정서의 흐름 자체가 자연과 많이 닮았다는 것도 그러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생태계를 바라보면서 인간이 그 흐름에 의식주를 맞추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아, 인간은 자연처럼 사는 존재구나.'라는 하나의 깨달음을 강렬히 심어주었다. 우리는 자연의 흐름을 하나의 진리로 여기어 그에 순응하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내가 산과 바다를 찾아가는 날이면 항상 심금이 뜨겁고 길게 울고 만다는 것을 종종 알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은 다소 자연과 동떨어진 세계에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보장받지 못할 만큼의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것, 이는 결단코 바람직하고 현명한 선택이라 추앙받지 못한다.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그 욕심으로 인해서 과감히 자연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신이 건강한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간다.

나는 헤르만 헤세의 정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가 손수 가꾸었던 풀과 나무 그리고 꽃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그가 말하기를, 낮에는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저녁에는 집필 작업에 몰두한다고 했다. 그동안 거처를 여러 번 옮겨 다니면서 나름대로 자연과 정원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었다. 그는 이따금 성스럽게 서 있는 나무에 귀를 기울였다. 나무와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진실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내 안에는 핵심이, 하나의 불꽃이, 하나의 생각이 숨겨져 있다. 나는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 영원한 자연의 어머니는 나와 더불어 전례가 없던 일을 시도한다. 내 모습과 내 피부 밑에 호르몬은 다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내 우듬지에 매달린 가장 작은 잎사귀가 벌이는 유희, 내 가지에 난 아주 작은 상처조차 유일한 것이다. 내 사명은 바로 그런 일회적인 것 속에서 영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자연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말하는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겹쳐졌다. 소로는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가량을 생활했으며, 세속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연으로의 무소유를 몸소 체험하여 《월든》이란 주제의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이에 헤르만 헤세의 책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헤르만 헤세는 정원을 가꾸는 체험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였고, 나아가 인간의 삶 자체를 깨닫기에 이르렀다. 그는 정원을 구성하는 모든 생명과 대화를 나누었다. 《정원 일의 즐거움》은 헤르만 헤세의 정신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내용, 그리고 그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동안에 일어났던 모든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의 자필 원고와 사진, 그리고 직접 그린 수채화 16점까지 수록되어 있다. 하여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심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처럼 살아갈 수 없을지라도, 마음만큼은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 정원에 모인 자연의 상징물, 그 모든 생명이 곧 헤르만 헤세의 고결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원 속 사색… 이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사색이 보여주는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 꽤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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