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엄마 1 - 영주 이야기, 개정증보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그 어떤 이유도 네 엄마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어."

강간을 당해 임신을 하게 되었던 엄마, 엄마는 정신이 나간 미친 사람이 되어서도 딸을 낳았다. 그리고 딸을 지켜주려고 했다. 딸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후부터 엄마를 증오하고, 그 지독한 사랑을 벗어나고자 한다. 그렇게 딸은 도망치다시피 치른 결혼을 통해 자신을 빼닮은 딸을 낳게 되었다. 가정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들이 낳은 딸, 닻별이는 천부적인 지능을 소유한 천재로 성장하기 시작, 보통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모의 이혼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을 겪게 되었고, 닻별의 엄마 영주는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자신의 엄마, 김선영이란 여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보엄마》는 엄마와 딸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영주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영주의 관점으로 주변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관찰, 묘사되면서 소설 전체를 다룬다. 엄마와 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란, 그녀에게 너무 과분한 짐을 떠넘긴 듯하다. 이 책의 화자, 김영주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로부터 상처받았으며, 현재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하여 회상하는 것으로 말문을 연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던, 그저 '언니'라고 불러야만 했던 원통함이 책의 중간마다 심심찮게 드러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엄만 달라.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난 절대 우리 엄마 같은 엄마는 안 될 거야.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난 절대 우리 딸에게 그런 소리는 안 들을 거야.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도 다른 엄마들과 똑같았다. 그녀가 그랬듯이……."(p.98)

 

엄마 김선영, 딸이자 엄마인 김영주, 딸 이닻별… 세 여자가 보여주는 애절한 삶…

《바보엄마》를 읽으면서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는 엄마, 그 엄마의 존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강간을 당해서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어둠 속에서 억압과 감시, 조롱을 받아야 했던 한 여자의 삶이 주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인연이 엇갈린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딸 김영주의 출생이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과감히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영주가 딸을 낳으면서 본의 아니게 자신의 억눌린 상처를 딸 닻별이에게 쏟아내고 있었음을 깨닫는 모습은…… 상처를 극복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 그저 엄마와 딸의 관계, 엄마와 딸의 존재 그 자체에 집중해서 우리가 그들을 통해 무엇을 먼저 보고 깨달아야 할 것인가를 찾아내게끔 한다.

 

이 세상 모든 딸이 말한다. "당신이 나의 엄마라서 그랬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신이 나의 엄마라서 그랬어요."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라서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거야. 당신이 나의 엄마라서 그럴 수 있었다. 내가 당신 딸이라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가족이니까. 나는 오늘 엄마와 딸에 대하여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도 딸 부잣집의 맏딸이다. 이런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딸은 엄마에게 태어나 다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나도 언젠가는 엄마가 되겠지. 그날이 오면 나도 엄마와 딸의 역할을 동시에 부여받게 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이 나의 엄마라서, 내가 당신 딸이라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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