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세계사 - 동양으로부터의 선물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조미라.김라현 옮김 / 열린세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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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양의 사상과 지혜로 이루어진 산물, 차의 역사를 배우다.

예로부터 차는 도가와 선가의 수행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찍이 초의 선사의 사상으로 '초의차'가 탄생하면서 차의 선미禪味는 사람과 사람, 사상과 사상을 맺어주는 매개물이 되었다. 찻물 끓는 소리와 함께 또르르 말린 찻잎이 제 몸을 풀어내듯, 고루 펴지는 동안의 침묵이야말로 찻잔을 마주한 사람과 사람의 몸과 마음이 하나 됨을 뜻하는 것인지라, 나는 차 마시는 시간이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힘을 지녔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그래서 차 마시는 시간을 자주 가지곤 했는데, 이따금 적적한 순간에 마시는 차 한 잔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풀어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차는 인간을 명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차의 종류는 차나무의 품종과 찻잎의 제조법 그리고 찻잎을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차를 만드는 사람의 심성에 따라 찻잎의 모양과 맛이 결정된다." 그래서 차의 진정성은 곧 차를 다룬 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차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과 일화 그리고 설화에 대하여 알아보다.

이 책은 차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파울러 박물관에서 차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전시회 '차의 예술: 액체에 스며든 역사'의 큐레이터를 담당한 것을 시작으로 차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차의 역사를 연구하고 세계적인 차 생산지인 인도에서 차에 관한 자료와 도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차의 세계사》를 엮어낸 것이니, 이 책은 차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옮긴이 역시 차의 세계에 입문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차와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중인지라, 차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엮어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다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자연에 가깝거나 자연 그 자체이다. 자연을 닮은 나무, 대야에 튀기는 물방울, 토담, 이엉을 얹은 암자, 다실을 받치고 있는 대나무까지, 다실 안에는 도교 세계관의 5원소인 흙, 나무, 불, 물, 금속 외에 인공적인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p.76)

 

책에 의하면 "차는 신세계에서는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으며, 대영 제국의 식민지 인도의 가장 주된 생산품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상류층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차, 개중에는 차의 밀수가 은밀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차가 역사적인 사건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때로 비극적인 사건의 발단으로 등장하기도 한 것이 바로 차였다. 이 책은 동방의 차, 서양의 차를 고루 다룬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사람 혹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차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차의 정보 속에는 차문화의 역사와 인물 그리고 수많은 일화가 포함되어 있다. 《차의 세계사》는 '왜 차인가?'라는 관점이 아닌 '차란 무엇인가?'라는 관점으로 읽어본다면 꽤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차문화, 차산업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차의 정보와 지식의 출처를 세계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차 애호가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차 한 잔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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