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하라 - 세계를 뒤흔드는 용기의 외침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우석훈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2008년 9월 14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글로벌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나서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를 통해 수많은 경제신문이 세계경제가 현재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다양한 추측성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신용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었던 것이 시초가 되어 결국 최악의 사태에 이른 현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암시하는가.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사실 나는 세계경제 동향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점령하라》를 읽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 책은 월가 점령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글과 사진이 수록된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스스로 '99퍼센트'의 한 사람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슬라보예 지젝과 주디스 버틀러 등 세계적인 학자와 지성인들이 기고한 연설문과 글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점령 운동의 긴박한 상황이 현장감 넘치게 그려지고 있다.

 

"기억합시다. 문제는 부패도 탐욕도 아닙니다. 문제는 시스템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부패로 몰아갑니다. 단지 적뿐만 아니라 이미 점령 시위에 '물 타기'를 하고 있는 가짜 친구들도 경계해야 합니다. 그들은 이 시위를 마치 무카페인 커피나 무알코올 맥주나 무지방 아이스크림 같은, 단지 월가의 도덕성을 성토하는 무해한 시위로 만들려고 애쓸 겁니다. '디카페인 시위'로요.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코카콜라 캔을 재활용하고, 불우이웃 돕기에 몇 달러를 내고, 혹은 수익금의 1퍼센트를 제3세계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쓴다는 스타벅스 카푸치노를 구매하며 흐뭇해하는 세상에 이제 그만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p.107)

 

세계를 뒤흔드는 그들의 외침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월가 점령은 저항적 스타일의 비폭력 시위다." 단 1%를 위해서 99%가 희생되어야만 하는 현실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었던 사람들. 이 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여전히 점령 운동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아야 하며, 이 책의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 역시 99%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과연 99%는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일까. 곧 대선이 다가온다. 우리는 다시 투표장에 나가서 도장을 찍어야만 한다. 그걸로서 우리의 역할은 끝이다. 그리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1%의 그들이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 책은 억압된 99%의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것이 곧 하나의 사회현상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나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책이 시사하는 바에 대하여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를 계기로 내가 사는 세상, 나아가 세계 속 세상의 흐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하여,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나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무엇을 점령할 것이며, 이 점령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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