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깨알같이 촘촘히 박힌 글자가 모여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듯이……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감성을 외면하는 듯, 난해한 수필을 만나기도 하겠지만, 비록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단어이며, 문장이며, 글일지라도 누군가의 수필을 읽는 것만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은 없을 것이다. 내가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과 독자의 관계는 그 시절 백아와 종자기가 보여준 지음지교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나란 존재가 살아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 하여 글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글쓴이의 존재를 알아주는 것과 같은 것이니, 비로소 하나의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글 쓰는 사람이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손안에 꿈틀거리는 필력을 자유로이 풀어주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손바닥 안에서 발견하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손바닥 수필》을 이 세상에 낳은 어머니라 부르고 싶은 작가 최민자는 누구인가. 사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할 수 있었던 모든 이야기는 《손바닥 수필》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의 내면세계를 근거로 하는 것이다. 작가는 나와 고향이 같았다. 프로필에 짧게나마 자신을 소개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어려서는 시인을 꿈꾸었으나 머뭇거리고 서성거리다 아까운 날들을 떠내려 보냈다. 몇 권의 책을 내고 몇 가지 상을 타기도 했지만 쓰는 일을 통한 자아 확장과 소통의 기쁨을 가장 큰 성취고 소득이라 생각한다. 삶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와 불가해한 은유들을 정관靜觀의 여유 속에 풀어내고 싶어 수필 쓰기를 선택했다."(책 중에서)

 

그래서 손바닥 안에 자생하던 필력을 수필 쓰기에 쏟아내었던가.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한 사람의 인생관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세월의 길이에 따라 세상을 보는 안목은 더욱 깊어졌으며, 진하게 물들어만 가고 있다.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아도, 그의 연륜은 드러나기 마련이었고, 그에 따라 나는 새로운 세상을 염탐하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눈썰미와 통찰력이 인상적인 《손바닥 수필》, 나는 존재의 이면을 창조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책에 실린 글은 하나같이 참신한 역발상으로 무장된 독창성이 돋보인다. 존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지는 법이다. 작가가 지닌 필력은 오랜 세월을 거쳐 체득한 독자적인 힘을 발휘하는 듯, 단어와 단어 그리고 문장과 문장에 감추어진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 적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적은 글은 독서 후의 감상문에 그칠 것이나, 작가 자신에게는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참으로 영광이며, 고결한 것으로 남겨질 듯하다. 나도 손바닥 안에 자생하는 필력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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