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 - 다산과 추사가 사랑한 초의 선사의 우리茶 기행
박동춘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맑게 우러나는 찻물 소리에 귀 기울이니, 마음이 절로 평정에 잠이 든다.

엄마의 소박한 마음만큼이나 아담한 찻집, 엄마의 찻집은 길가에 수줍게 피어난 민들레처럼, 다소곳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엄마의 손 때 묻은 다기茶器는 제 주인의 정갈한 손놀림에 그윽한 찻물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우리 집은 식수가 곧 찻물이니, 나에게 차는 편안한 친구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차를 즐겨 마실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영향이 컸다. 그 언젠가 엄마는 하동군 화개동천 도심마을에 있는 천년된 차나무를 찾아가곤 하셨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차나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글을 적고자 하셨던 모양이다. 엄마를 따라서 천년된 차나무를 보러 간 적이 몇 번 있었다. 엄마는 찻잎을 따서 한번 먹어보라고 하셨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망설였던 것 같다. 차나무의 세월만큼이나 긴 시간을 엄마와 담소를 나누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초의 선사의 <동다송>을 계기로 차에 대한 마음을 달리하다.

《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는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박동춘 소장이 집필한 책이다. 해남 백화사에서 응송 스님에게 차 이론과 제다법을 전수받아, 1985년 「다도전게茶道傳偈」를 받음으로써 '초의차' 5대째 계보를 이었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가 사랑했던 초의 선사와 초의차에 서린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초의 선사가 한국차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쏟아낸 공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는 부처의 진리와 명상의 기쁨이 차茶에 녹아있음을 몸소 실천하여, 다산과 추사를 비롯한 조선 후기 문인들에게 '초의차'의 선미禪味를 널리 알렸던 인물이다. 초의는 "찻잎은 일찍 따면 약성이 안 차고 늦게 따면 신묘함이 없다."고 말한다. 찻잎을 거두는 순간부터 찻물을 우려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다스렸던 초의 선사였으니, 그의 '초의차'가 지닌 청아한 맛과 향은 현세에 이르러서도 차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초의가 이룩한 차의 공적은 추사와 신위 등 조력자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조력으로 만들어진 '초의차'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차 문화를 중흥시킨 배경이었고, '초의차'는 차의 애호층을 확대하기에 족한 명차였다. 이들은 쇠퇴기의 조악함을 벗어난 '초의차'를 음미함으로써 차의 정수를 이해했다. 이들은 초의의 이러한 노력을 극찬했다."(p.182)

 

차茶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는 초의 선사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 차의 역사를 다룬다.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차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사람마다 향기가 다르듯, 사람마다 정성껏 우려낸 차의 맛과 향기도 다르기 마련이다. 초의 선사의 차가 조선의 사대부와 문인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음은 곧 초의 선사의 성품을 칭송하였음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다산 정약용과 그 형제들,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초의차'를 매개물로서, 초의 선사와 오랜 정을 쌓으면서, 평생지기로 함께했던 모습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일전에 엄마찻집에서 보았던 초의 선사의 <동다송>을 어렴풋이 넘겨보았던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동다송>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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