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타오 린의 글쓰기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중에 몇 편은 남녀 간의 사랑을 풍자했다는 점이 인상적이기는 했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로부터 시작된 애착과 고립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 그는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와 같은 단편 소설집을 엮은 것이 아닌 듯하다. 나라는 사람이 작가의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애정이 결핍된 인간과 인간이 사는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는 걷는 법을 잊어버렸다. 인생은 이처럼 불안정한 것이었다. 살다 보면 어떤 것들을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심지어 풍선처럼 둥둥 떠다닐 수도 있고, 아니면 무표정하게 슬로모션으로 통나무처럼 앞으로 고꾸라져 앞니를 아스팔트에 세게 부딪힐 수도 있었다. 그랬다, 그렉은 알고 있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p.140, '따분한 일상의 황무지 블루스' 중에서)

 

"인생은 불공평해. 하지만 우린 인생을 공평하게 만들려고 노력할 수는 있어."

그렇다. 타오 린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곤 했다.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는 우리의 인생이 제각기 독특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싶었나 보다. 타인과의 소통이 차단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타오 린이 창작한 주인공들은 소통에 목이 마른 자들이다. 홀로 남겨진 자리에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시작되고, 나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융통성 없이 이리저리 부닥치는 인간세계의 무질서함을 보여준다.

 

"그는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항상 '인생을 즐기는 것'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마치 어떤 상점이 있는데, 그냥 그 상점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인생 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문제라는 듯이."(p.142)

 

"아빠가 말한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삶은 두려움이다. 또, 죽음은 시간이다. 왜냐하면 우리로 하여금 시간은 살아 있는 동안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을 향해 계속 나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건 두려움 때문이다. 우주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죽음이 없다면 우주를 향한 움직임도 없고, 삶도 두려움도 없다.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살아 있는 것은 두려워하는 것이며, 두려워하는 것은 우주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p.283, '3일간의 크루즈' 중에서)

 

책을 읽다가 제 주관을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나는 이러한 인물의 사상과 가치관이 어쩌면 작가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책 속의 인물에게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장을 잘 찾아내어 해석해보면, 제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지라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이해할 수 없어서 건너뛴 문장이 제법 많았다. 작가의 추상적인 문체는 왠지 모를 괴리감을 연상시켰다. 책에는 옮긴 이의 글만 실려있을 뿐, 작가의 말은 생략되어있다. 이 책에 관한 감상과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기겠다는 건가. 그래도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자신이 이러한 단편 소설을 쓰게 된 계기라도 짧게나마 들려주었다면 좋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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