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다문화 이야기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자에게 강한 한국인의 부끄러운 모습을 들여다보다.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 기준은 피부색과 생김새다. 그것은 곧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출신에 의한 시각으로 확대된다. 소위 '잘 사는 나라'에서 오거나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것으로 말이다. 용모가 반듯하고 선진국에서 온 경우, 대부분 호의를 베풀고 관심을 가지고 다가간다. 그러나 후진국에서 온 사람에게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선입견에 좌우된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로 시집을 왔으랴.'라는 안쓰럽다는 이유를 가장한 일종의 텃세와 무시가 표출되는 것이다. 그들이 입는 옷이나 표정만으로도 '나라가 가난해서'라는 이유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한국인의 이중적 면모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차별과 무시가 은연중에 자행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유난스럽게도 이주여성을 비롯한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살벌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일민족의 존엄함을 훼손한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을 배척할 수는 없다.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의 단일민족의식에 대하여 재조명한다. 속된 말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으로 인해 나라가 잡종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녕 단일민족이었다는 역사적 증거가 있을까. 책은 신석기와 청동기시대에 이미 한반도에는 서양인과 동남아시아 사람의 생김새를 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음을 밝히고, 이에 우리의 유전자 지도는 한민족이 '혼혈'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를 위해서 민족이 하나가 되어 단결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쟁을 딛고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던 국력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일민족사관에 의한 나라의 혈통을 지키기 위한 처세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벤저민 샤퍼 씨는 자신이 누리는 한국인의 환대와 친절이 모든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내 피부색이 동남아시아인들 같았으면 저는 아마도 다른 대접을 받았을 겁니다." 샤퍼 씨는 자신이 백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자친구 만나는 것도 대단히 유리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흥미롭고 좋은 기억만을 쌓고 있다는 그는 "한국은 백인이 살기에 좋은 곳"이라고 단언했다."(p.121)

 

우리가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저 조금 다를 뿐이잖아요.

이 책은 SBS스페셜 제작팀이 다문화와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을 다룬 다큐멘터리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제작하면서 취재했던 외국인의 삶이 실려있다. 한국인의 단일민족사관을 해석하는 다양한 측면을 제시하면서 이를 토대로 다문화 사회의 실태를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출신국가와 피부색으로 인간의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외국인의 모습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 실제로 책에는 백인과 흑인을 대표하는 두 외국인이 한국인의 의식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참가했던 사례가 등장한다. 백인에게는 상냥하고 친절하게 다가가는 반면에, 흑인에게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방어자세를 취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꽤나 위선적으로 보이기만 한다. 물론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나, 아무런 이유 없이 차별하고 모욕감을 주는 것은 그 어떤 말로도 정당성을 입증할 수 없을 것이다.

 

다문화는 아름다운 공존의 시작이다.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사람과 사람이 사는 모습으로 바라보자.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며, 한국인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기 위한 메시지가 공존하는 책이다. 이 책은 현재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 고용주, 한국에 정착하기 위한 외국인을 돕는 사회복지에 종사하는 자, 외국인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청소년, 외국인 배우자를 둔 사람을 비롯한 한국에서 살고 싶어서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은 더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는 점, 그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여 함께하는 다문화 사회,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 잘못된 의식은 과감히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는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