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다이어리
박진선 외 지음, 박형주 사진 / 평민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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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교 교육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아담한 보따리에 자신이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책을 집어넣고, 담요 한 장 혹은 베개를 들고 학교에 가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날은 하루종일 학교에서 책을 읽는 날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편안한 자세로 눕거나 엎드려서 교사와 학생이 나란히 책을 읽는다. 우리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실의 풍경이거늘,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전교생이 걸어서 학교에 가는 날이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하루만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초등학생은 심신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학습에 주력한다. 아이들을 이끄는 힘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교사의 권위를 지키되,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교감交感을 중심으로 학습을 이끌어가다.

<미국 초등학교 다이어리>는 한국 이민자 가족이 미국에 살면서 보고 배우고 느꼈던 모든 것에 대하여 말한다. 특히, 미국에서의 생활과 미국 초등학교 교육의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정보를 전하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오면서 느꼈던 미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미국 초등학교는 순수한 아이들의 놀이터같이 활기차면서도 놀랄 만큼 질서가 잘 유지되는 곳이었다. 선생님들은 항상 상냥하고 친절했으며 늘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르치고 타이를 뿐이었지만 권위만큼은 바로 서 있었다."(p.22)

 

 

학습의 참된 가치를 재발견하게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미국 초등학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현재 한국은 언론을 통해서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요즘 내가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바로 KBS에서 방영하는 <스카우트>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를 주제로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쌓아온 실력을 발판으로 자신이 꿈꾸는 기업에 당당히 포부를 내비치는 학생들이 출연한다. 인사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현재를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생각하고 과감히 스카우트하고 있다. 학생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은 조금씩 개인의 성장과 미래에 대한 교육적 가치관을 넓혀가는 듯하다.

 

이 책에 제시된 미국의 교육제도를 전적으로 옳다고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서와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학생의 개별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부럽기까지 하다. 가르치는 내용은 체계적인 개념과 목표를 중심으로 언제고 수정이 가능하겠지만, 가르침을 받는 학생이 지닌 내면적 특성과 고유한 존재적 가치는 쉽게 침범할 수 없다. 그것은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훼손해서는 안 될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아이들은 그 영역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성과주의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똑같은 심정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 초등학교 다이어리>는 미국의 학교 교육에 호감을 가진 어느 학부모의 소박한 바람을 기록한 책으로 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표면에 접근하는 것으로 그칠지라도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통해서 우리가 본받을 점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로서 읽어볼 수 있겠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이 학교가 되는 그날까지, 이 땅의 모든 학교가 성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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