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요! 당신 - 시작의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주는 한마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책 시리즈
호리카와 나미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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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온종일 침묵으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뜻밖의 행운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미처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하여 준비하지 못했음에 적잖이 당황했다. 바쁘게 살다가 한가해졌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바쁘면 바쁠수록 삶에 탄력이 생긴다는 말이 영 틀린 건 아닌가 보다. 오히려 무한정 공급되는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한가한 삶이야말로 현대인의 가장 큰 적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인간은 참 욕심이 많다. 바쁠수록 한가함을 그리워하고, 한가할수록 바쁜 일상을 그리워한다. 어김없이 태양은 어제의 그 자리에서 떠오른다. 나는 침묵으로 그 떠오름의 빛살에 못 이겨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다. 눈을 뜨면 방 안을 떠도는 미세한 먼지조차 어제와 변함없다. 주인의 허락 없이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는 방 안의 잡동사니 역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 '이게 삶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거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달라진 게 없다고 슬퍼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그 작은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거늘.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말하면서도 미래를 향한 애끓는 동경마저 감출 순 없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멈추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이 이쯤에서 삶을 내려놓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떠돌이처럼 세월의 고목만 갉아 먹는 벌레가 될 수는 없다. 멀쩡한 삶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고 다니는 벌레 같은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 이런 나에게, 책은, 그 어떤 고유한 문장으로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은 지끈거리는 머리에 휴식을 제공하고자 <힘내요 당신>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호리카와 나미의 단편수필집이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적어놓았다가 글과 그림으로 엮은 책으로 보인다. 작가는 책에 이런 말을 적어놓았다. "자신만의 문을 찾는 방법에는 자기 내면의 문을 연다, 열심히 책을 읽는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 손에 잡히는 대로 열어본다, 여행을 떠난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다, 잃어버린 열쇠를 찾는다." 문을 여는 방법이 다양하듯, 우리의 삶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시도해보았을까. 아마도 앞서 언급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문을 열었을까?

 

우리는 그런 말을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것은 흘러가기 마련이니, 애써 붙잡지도 말고 그저 바라보라. 그렇다고 방관자가 되어 삶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결코 최후의 선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까. 때로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 멈춤이야말로 인간에게는 가장 두려운 순간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몸과 마음을 헤집고 다니겠는가. 잡념으로 잡념을 떨쳐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지나가리란 믿음에서 비롯된 최고의 수행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고 짧게나마 삶의 일부분을 재정비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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