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놀 청소년문학 14
로즈 임피 지음, 서민아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조던의 엄마에게는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기상천외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처럼, 엄마는 2미터가 넘는 땅속에서 무려 150일 동안 오래 버티는 기록을 세우고 말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일전에 할아버지께서 최초로 100일 동안 땅속에 묻혀 지내면서 신기록을 세웠으나, 한 미국인이 141일 동안 땅속에서 버티는 바람에 할아버지의 기록이 밀려난 것이다. 이에 조던의 엄마는 마치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임명된 사람처럼, 스스로 땅속에 묻히기를 자저하고 나섰다. 멀쩡히 산사람이 땅속에서 과연 150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조던의 엄마를 위해서 한 회사가 특수제작된 관을 협찬하기에 이르렀고, 엄마가 땅속에 묻히는 역사적인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서 수많은 방송국 기자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엄마가 묻히는 곳은 다름 아닌 조던의 고모 집 마당이다. 긴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손길이 한창 필요하고 그리울 열 세 살 조던은 엄마와 생이별을 하게 되는데……

 

「이제 정말 조금만 더 있으면 모두들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엄마가 구덩이 밖으로 나오는 즉시, 할머니와 누나도 예전처럼 제자리로 돌아올 테고, 그럼 이제 온 가족이 다시 한집에서 화목하게 지내게 될 거다. 그래, 지난 몇 달을 깨끗이 지우기 위해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날이다. 엄마가 땅속으로 내려갔을 때, 조던은 온 가족이 두 갈래로 갈라져 마치 자신이 그 사이 구멍 속으로 퐁당 빠져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누군가 다가와 구멍에서 꺼내주기를 노심초사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본문 중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던의 엄마가 할 수밖에 없었던 하나의 목표가 암시하는 다양한 의미를 재해석해본다. 구덩이 속에서 150일 동안 갇혀서 생활한다는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는 엄마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편과 자식에게서 아내와 엄마라는 빈 공간을 남기고 떠남으로써, 가족 구성원에게 평범하고 단조롭던 일상의 변화와 그것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성찰함과 동시에 재발견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가 곁에서 챙겨주지 않아 습진으로 고생하고 학교생활마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조던이었다. 조던은 '엄마만 있었다면……', 엄마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시적으로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조던을 바라보는 주변인물의 반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엄마가 없어서 그 모양이구나.'라는 고정관념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부모가 없는 아동의 미숙한 말과 행동에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반성하게끔 하는 장치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에서 엄마의 무모한 도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사실이나, 그것이 책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엄마의 빈자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며, 그 사건으로 인해 파생되는 등장인물들의 삶과 마음의 변화야말로 독자가 주목할 만한 것이라 보인다. 바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엄마가 되어버린 한 여성의 삶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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