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공자를 만나다 - 치열한 삶의 순간마다 논어의 지혜를 떠올려라
한장쉐 지음, 이주엽 옮김 / 오늘의책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리분별에 능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항상 나 자신을 경계하면서 살아간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것도 나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좋은 사람이 되려거든 좋은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구나 인생의 롤모델을 선정해놓고 그를 하나의 지침서처럼 따르며 살아간다. 선망의 대상임과 동시에 자신도 그렇게 되고 말겠노라는 다짐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성공의 기준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 모델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었다. 잘난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으나, 그로 인해 나 자신의 못난 것은 외면하여 도리어 화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크기에 따라 물을 채운 양동이가 더이상 탐욕을 부리지 않듯이, 내 그릇의 깊이를 깨닫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치에 정통하여 타인을 업신여기지 않고 사는 풍족한 삶을 꿈꾼다. 나는 간밤에 공자를 만났다. 그가 나에게 묻기를 "당신은 얽매여 사는가?"라고 하였다. 하여 나는 "무엇에 얽매여야 얽매인 삶이라 할 수 있는지요." 라고 되물었다. 그대 도처에 널린 것이 굴레이거늘, 그로 인해 얽매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고 싶었으나, 공자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자기를 알고 세상을 알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행동이다. 다른 사람의 지식이 얼마나 많은지, 교양이 있는지, 도덕적인지, 꿈이 있는지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신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중 실행하기에 가장 좋으면서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살피면 된다. 그런 후에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견현사제'의 모델로 삼도록 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p.156)

 

 

 

공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란 무엇일까. 나는 어릴 적 부터 사람은 덕을 쌓으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특히 어머니는 자식들 앞에서 항상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된다. 이에 <신도림역에서 공자를 만나다>에 실린 공자의 지혜는 우리가 실천하고도 모자랄 삶의 도리를 일깨워주고 있기에, 그가 만인의 선생으로서 칭송받는다면 나에게 공자는 아마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사람 노릇에 서툰 우리의 몸과 마음을 향한 공자의 호통이 담겨 있다. 그는 얽매이지 말라고 했다. 인간이라는 틀에 자신을 구속하지 말라는 뜻이었을까.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편협한 이단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 구구절절 어찌나 옳은 말만 적혀있는지 낯짝이 벌겋게 달아오르기에 십상이다. 지은 죄가 많아서 속상한지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공자를 만나보기 바란다. 과연 당신이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삶이 현명한 것인지 보다 통쾌하게 정리해 줄 것이라 믿는다. 공자의 모든 것을 통틀어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정도를 지키는 삶'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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