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대우받는 아이가 최고가 된다
로스 제이 지음, 글기쁨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에게 너무 잘해줘도, 너무 못해줘도 안된다는 것. 즉 부모가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으로 자녀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기준으로 해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보상과 체벌을 시기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모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물론, 자녀를 향한 사랑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이 책은 자녀 양육을 회사와 고객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회사의 경영기술'의 기본원칙을 '자녀 양육'에 절묘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고객을 대하는 기술을 응용하는 것이다.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존중하며 가치 있는 존재로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부모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 즉 자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친밀감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판매의 기술로서 부모의 아이디어를 자녀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자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체벌이나 지도방법 또는 부모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부모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대안을 준비해야 하며,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시된다. 판매사원이 일방적으로 고객을 다그치거나 강압적으로 나온다면 협상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셋째는 협상의 기술이다. 이른바 윈-윈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부모와 자녀가 공평한 이익을 가지는 것, 즉 서로 원하는 것을 타협하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부모가 최대한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저선을 미리 정해놓고 떼를 쓰고 울음을 터트리는 자녀에게 약해지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자녀의 요구에 전부 동의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아예 거부하라는 것이다.

 

「윈-윈 해결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아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바라보면 아이들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당신이 의무감으로 아이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아이들 편에서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당신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한다면 기꺼이 양보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그다음에는 동기 부여의 기술이다. 자녀의 의욕을 붇돋워 줌과 동시에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을 당부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 경영진이 직원의 사기와 의욕 충만을 위해서 활용하기도 하는데, 자녀 양육에도 같은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다섯 번째로는 경영의 기술이다. 반복적으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자녀를 훈련시키고 다루는 법에 적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피드백의 원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동기 부여의 기술'과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양육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전 단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직접적 참여가 추가된다고 보면 되겠다. 끝으로 저자는 팀워크 기술을 소개한다. 자녀가 올바른 가치관으로 다양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여기서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양육에 참여해서 때와 장소에 따른 역할놀이를 함으로써,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해와 공감력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고로 대우받는 아이가 최고가 된다>에서 다루는 내용은 경영의 기술을 양육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부모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신선함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매 순간 협상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네가 7시까지 학교 숙제와 준비물을 다 챙겨놓으면 9시까지 컴퓨터를 해도 좋다.' 라고 말하는 엄마의 제안을 아이가 받아들이면 협상이 체결된 것이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한 윈-윈 해결책과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자녀 양육은 사랑을 전제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녀양육을 경영기술에 빗대어 말하는 저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는 이윤을 추구하고 또는 손해를 입지 않으려는 회사와 고객의 관계에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왜 저자는 책 제목을 '최고로 대우받는 아이가 최고가 된다'라고 정했는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본 바에 따르면 <최고로 대우받는 아이가 최고가 된다>라는 책이 다루는 전반적인 내용이 추구하는 공통된 주제가 제목과 일치한다는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여느 양육지침서가 다루는 내용에 비해 특별한 비법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신선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경영기술'이라는 체계적인 원칙을 접목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은 했다. 헌데, 나는 왜 책에 의해 그려지는 부모의 모습이 지나친 합리주의적 성향과 계산적이라고 느껴졌을까? 읽는 사람마다 느낀 점이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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