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을 책임지는 마법의 기록
소네 캐리온 지음 / 유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내 삶은 항상 동기가 필요하다. 항상 무모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듯하지만, 자극받고 도전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정 대상을 지목해서 꾸준히 자극받을 것인가.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하염없이 울분처럼 터져 나오는 소나기와 같은 나의 언어가 백지를 빼곡히 채우면 그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은 내 삶을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한 동기를 나로부터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곧 내 삶을 지켜나가고 키워내는 것임을……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은 글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일기장은 삶의 거울이다. 굳이 무어라 기록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그 공백으로 하여금 나의 고개를 절로 숙이게 만드는 것이다. 쓰는 것도 업이요, 사색하는 것도 나의 업이 될지 언대, 때로 나의 삶이 거추장스럽게 널려 있는 헝겊처럼 느껴질지라도 쓰는 행위만큼은 멈추지 말자는 다짐을 했었다. 나에게 기록은 운명과도 같은 것인데, 운명은 추상적인지라 별로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비추상적인 행위로서의 기록을 원하는 사람이다. 정밀하게 짜여진 전자 회로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추상적인 운명과 나의 기록이 상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글을 쓰면서 추상을 위해서 현실을 왜곡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그래도 가끔 추상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의미야말로 내 삶에 동기라는 얼굴로서 슬그머니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운명을 책임지는 마법의 기록>이라는 책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우리의 참자아를 찾아 떠나는 심리여행으로 초대한다. 삶의 의미가 지워진 우리의 얼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내려진 처방이라고 할까. 책은 우리의 내면에 숨겨진 본능을 자극하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유머러스함을 풍자한 철학적 요소가 결합된 저자만의 독특한 설문조사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답변을 기록하면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나는 빨간 펜으로 적나라하게 글을 적으면서 내 삶이 지닌 존재의 이유를 떠올려본다. 나를 둘러싼, 혹 내가 둘러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갈등해야 할까…… 이 책은 내가 싫어하는 추상적 의미로 가득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즉 1,440분 동안, 1,440번은 변합니다. 이 모든 변화를 주관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입니다. 어떤 의식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가는지, 새로운 일과 만남 앞에서 어떤 의식으로 반응하는지, 나 자신의 의식을 아는 것은 내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알게 되는 중요한 일입니다."(p.4) 그렇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의식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망각하고서 살아간다. 내 삶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매일 글쓰기를 업으로서 행하는 것, 그러나 업이 되어버리면 소모적인 생산활동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깊은 몽상에 빠진 의식을 흔들어주는 연습장이다. 나로 하여금 기록하면서 자극하는 의식의 역할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