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위로와 긍정
이상복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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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나 그때나 현재를 긍정하고 만족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가짐은 돌아가시는 순간에 남기신 부모님의 소망과 사랑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주어진 모든 일상의 생활이 오직 긍정의 바탕에서 시작되었던 것도 부모님이 남기신 바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로 내 기억의 가장 깊고 아늑한 곳에 지금의 세태와는 다른 '참선생님들'의 모습과 사랑을 얻었음을 고백한다.」- 본문 중에서

 

굴곡진 삶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오랜 설움으로 굽어진 몸뚱어리가 아니라, 삶으로부터 전수받는 겸손함이라는 것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와 함께 늙어가는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게 되는 인간으로서의 자격,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을까. 흔히 스토리를 가진 자가 성공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듯해도 그 속을 들추어보면 무수한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 살아오면서 인생의 큰 전환점조차 겪어보지 못하고서, 그저 순응하듯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는 제삼자로 하여금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필히 누군가에게 어떠한 영향이나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마치 자석과도 같아서 조금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극이 마주하면 감히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달라붙는 자석의 성질, 그와 반대로 같은 극이 마주하면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사소통과 공감대의 형성은 서로의 다름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청춘의 위로와 긍정>을 읽으면서 '우리는 서로 닮지 않아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저자와 내가 태어난 세상의 괴리감 때문이었을까. 서로의 처지가 너무나 달랐기에, 도리어 그것이 나로 하여금 저자의 회고록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구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복 교수, 그녀의 이야기는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그때 그 시절'이라 하면 누구나 통했을 법한, 어려운 시절 속에서 주경야독을 실천해 온 청춘의 삶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처음의 성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준다는 것을 이때의 공모 결과에서 배웠다. 사람들은 실패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이는 위로의 말일 뿐이다. 정작 실패를 성공의 지름길로 사용하기란 죽기 살기가 아니고서는 포기하는 쪽이 현명해 보인다. 나 역시 처음에 실패했다면 연구 없이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쪽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본문 중에서

 

나는 자서전을 비롯한 누군가의 회고록을 읽으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삶이 숨겨놓았던 하이라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절정의 순간을 통해서 어떤 시도를 했는지에 대하여 깊은 감명을 받기도 한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장성하여 거목이 된 인물의 삶이 알고 보면 우리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시절을 거쳤음에도 그 삶은 무언가 특별함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함을 발견하고 큰 감명을 받을지언정, 내가 구태여 그것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청춘의 위로와 긍정>을 그러한 관점에서 읽었다. 저자는 자신의 청춘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탑처럼 그려내고 있다. 중간에 무너지는 순간도 있었으나, 그것을 실패라고 인정하지 않았던 과감한 청춘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책 내용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서전 형식으로 구성된 책 내용은 저자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나와 대립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호의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환경을 통해 겪었던 감정이 상당수 개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상복이라는 인물이 지금까지 이룬 내외적인 성과물에 대하여 궁금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저 책 제목을 보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읽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독서의 궁극적 가치를 실용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임과 동시에 자서전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점을 유의해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기운과 끈기는 모든 것을 이겨낸다."고 말이다. 문득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준 삶의 가치관이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도 기운과 끈기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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