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도 괜찮아 - 독한 세상에서 착하게 살아남는 법
카야마 리카 지음, 김정식 옮김 / 모벤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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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나는 우리에게 '인간'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모든 이야기에 모멸찬 회의감을 느낀다. 저마다 독특한 유전자를 지닌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한 것임을 잘 아는데, 사회라는 곳에 종손된 개인으로서 독립된 시공간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정말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쉽게 말해보자면 나를 나답게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는 온전한 삶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착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은 '본성'에 절대적으로 따르되, 외적인 충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아니하도록 굳건한 신념을 키우라는 뜻이 되는 걸까? 그것은 자신을 낮추고 비워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될지도….

 

<착하게 살아도 괜찮아>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임상치료를 통한 환자와의 경험에서 비롯된 인간 본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자신을 찾아온 환자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정적인 면에서 공통점을 발견한 모양이다. 그 공통점은 바로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선악의 모순이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의 연명치료를 두고 심각한 갈등을 겪는 50대 남자의 모습, 저자는 이 남자의 우유부단함을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생명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우유부단함이라니!

 

 



 

 


「이 남성 환자는 확실히 최근의 사회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존엄사를 선택하는 게 좋다'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때가 되면 결단을 못 내린 채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며 고민하고 말죠. 게다가 그 결정이 어머니를 위한 선택인지, 자신의 제 멋대로인 생각인지도 잘 몰라 합니다.」- 본문 중에서

 

이것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위와 같은 접근방식으로 인간의 본성을 독특하게 짚어나간다. 책에 소개된 사례를 조금씩 살펴보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항상 양보하고 손해 보는 사람',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사람',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 '늘 먼저 사과하는 사람', '언제나 가족에게 희생하는 사람', '꿈이 없는 사람', '인정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특징을 내걸고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너무 지나치게 강한 경쟁의식이나 눈에 띄고 싶다는 욕망은 타인으로부터 얼마 안 돼 소외당할 뿐만 아니라 본인이 살아가는 데에도 언젠가는 본인을 괴롭히게 되는, 인생을 방해하는 짐스러운 탐욕의 덩어리일 뿐입니다. 진료실의 경험에서 저는 항상 그런 깨달음을 얻곤 합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인간이 겪는 대표적인 정적 스트레스를 엄선하여 수록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왜냐하면, 책의 주제가 '착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암묵적인 저자의 메시지가 깔렸으나, 통상적인 범주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상황에 처한 몇몇 사람의 사례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입장에서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개별적인 환경에서 선후천적인 독특한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을 터인데, 그런 맥락은 생략하고 저자의 현업인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에 의한 해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책 자체를 두고 '자기계발'이냐, '심리학'이냐를 먼저 명확하게 짚어주었으면 좋았을거 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처한 표면적인 상황에서 '착하게 살아도 된다'는 말을 심도있게 풀어나가지 못했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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