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홍재원 지음 / 일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서울대학교, 그 자체가 이미 어떠한 수식어를 곁들이지 않아도 명성과 위엄이 느껴지는 듯하다. 대한민국에 똑똑한 사람은 죄다 그곳에 모여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이 서려 있는 서울대학교. 학벌주의에서 능력주의로 조금씩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듯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출신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학교 자체만 두고 논하자면 그 속에 얽히고설킨 모순덩어리가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서울대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학교를 넘어서서 청춘의 덫에 덜컥 잡혀버린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중점적으로 삼아야 되겠노라 생각된다.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는 95학번 서울대생의 숨겨진 비애, 사랑, 고뇌를 담은 소설책이다. 대학생의 삶에서 시대의 영향이 빠질 수는 없는 법. 정권의 교체와 함께 국가와 학교, 교수와 학생 간에 숨겨진 뒤틀린 상하관계를 고발함과 동시에 책을 읽는 이가 비판적 시각과 사고를 가지고 현시대와 책이 보여주는 시대적 상황을 비교 분석하면서 1995년도와 2011년도의 시대를 사는 대학생의 처지를 진지하게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지게끔 유도하는 듯하다.

 

 



 

 


「누구나 매 순간 늘 거기에 맞는 판단을 새로 내린다. 합격하는 순간 합격은 이미 현실이고 실현된 현실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아서, 그 순간부터 펼쳐지는 새로운 현실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 방세를 내거나 새 책을 사거나 밥을 사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 것이다. (중간생략) 실은 혼자 수강신청을 했다. 입학 전 그의 동기들은 이미 학교를 찾아와 신입생환영회나 오리엔테이션 등을 거치면서 선배들과 함께 시간표를 짜고 수강신청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승표는 참여하지 않았다. 차비를 들여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게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본문 중에서

 

 

대학문화의 본질을 파헤치는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 인상적인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독한 취루탄 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청춘의 깃발을 휘날리는 서울대생의 고발성이 돋보이는 학생운동을 통해서 대학 캠퍼스의 낭만 속에 숨겨진 우리 청년들의 비애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네 본연의 임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치열하고 사회를 응징하고자 목숨걸고 나서느냐고. 인생의 기로에서 한번쯤은 미친 척하고 뒤틀린 모순을 잡아보는 것도 청춘의 혈기를 표출하는 마땅한 도리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우리가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짊어지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가 궁금했노라. 대학에 서려있는 열정과 낭만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임을 한 번쯤은 보여주고 싶었노라. 이 책은 그렇게 이야기 한다.

 

 



 

 


「꼭 취업만이 정답일까. 꿈을 갖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꿈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어서, 예전의 꿈은 현재에서는 무효나 마찬가지다. 승표가 청소년 시절 막연하게 생각했던 건 그럴싸한 대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일하다가 세단을 타고 퇴근하는 미국 영화 속의 엘리트였다. 그리고 대학 입학으로 그런 생활이 보장된다고 믿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읽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책의 핵심이 달라질 것이다.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도 조금씩 달라지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 청춘이라 불리는 시대 속을 살다간 청년들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나도 청춘이라 불릴 수 있으려나? 지레짐작을 하면서 힘빠진 웃음 한번 지어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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