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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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는 세상은 과연 언제 오려나. 공존하는 군중 속에서 억압받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수동적인 기계로 타락할 것이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겠노라 한 자리 차지하는 인권이라는 것이 통상적인 기준에 해당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이 수동적으로 변할수록 모순의 힘은 커지고 양심은 사라지는 법, 서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이행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감정마저 억압받는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내가 소유하고 발산할 수 있는 애정욕구를 옭아매는 것이다. 사랑이란 진부한 것이라 믿어 왔던 청년이 잘못된 것일까. 그를 구속했던 시대의 사상이 잘못인가? 청년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서 방황한다. 자신을 향해 뻗쳐오는 새빨간 유혹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의 모습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한 남자의 정절 그 자체였으리라. 열일곱 청년 제라르와 여교사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사랑이여, 조금만 기다려다오. 조금만 더 단단히 옷깃을 여미고 너의 추운 몸을 가지고 있어다오.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 여기 한 사내가 눈물과 함께, 가슴 저미는 그리움과 함께 달려가노라…….」- 본문 중에서

 

이 책은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재구성한 소설집이다. 소박하고 지적인 용모의 철학교사 다니엘 게노,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겠노라 다짐했던 청년 제라르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신학기가 시작되고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제라르는 다니엘이 두 아이를 둔 서른한 살의 이혼녀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자신의 깊은 사랑을 숨길 수 없는데……. 

 

 



 

 

두 사람의 사랑은 파리에서 시작된 혁명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성세대의 질서와 도덕을 향한 젊은이들의 거센 공격과 비판은 서로 강한 연대감을 형성했고 그 속에서 선구자로 나선 다니엘이 제라르를 비롯한 많은 학생을 이끌고 동참한다. 진보적 정치성향이 강했던 제라르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유혹하여 곁에 잡아두었다고 다니엘 교사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모순된 말과 행동을 드러낸다. 이에 제라르는 더이상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이해시킬 수도 없겠노라 다니엘과 함께 집을 떠난다.

 


「절망적인 감정의 폭풍에 휘말린 우리의 포옹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칼날을 높이 쳐들고 나선 것이다. 무토막 자르듯 단칼에 우리의 사랑을 가르려는 아버지의 결심은 먼저 다니엘에게로 겨누어졌다. 그 날카로운 벨 소리가 아파트에 진동했던 밤으로부터 사흘이 지난 날이었다.」- 본문 중에서

 

<아프니까 사랑이다1>은 사랑 앞에서 권위를 벗어 던진 여교사와 그녀의 곁에서 힘겨운 사랑을 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담겨 있다. 부모의 사상과 어긋나는 현실적 괴리감에 떠밀려 떳떳한 사랑을 할 수 없었던 다니엘과 제라르. 결국, 미성년자를 보호할 권리, 친권을 주장하며 다니엘에게서 제라르를 떼어내는 아버지. 과연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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