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2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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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그 사랑만큼 희생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과 같다. 사무치는 고독과 그리움, 부재의 상실감에 이르기까지 사랑이라는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가? 세상의 모든 사랑과 이별을 그려낸 글과 그림 그리고 애잔한 시적 낭만의 아름다움은 누구의 전유물인가? 어제는 행복을 선사하고 오늘은 이별의 아픔을 공유하려는 무언의 속삭임, 그것은 작디작은 상자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우리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사랑의 레시피>는 우리의 사랑과 이별이 희미한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짧고 강렬했던 몽상과도 같았음을 고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의 매력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가슴앓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일명 '지하철 시집'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사랑의 레시피>에는 짧고 간결한 구절 속에 사랑의 높낮이와 깊이를 함축된 언어로 고스란히 담아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시퍼렇게 질려 있는 꽃망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석류 알의 고함소리

  남루한 껍질을 감싸며 쏟아져 나온다

  겉옷을 감싸안은 속곳의 진화(進化)

  나는 몸 위에 마음을 입고 다닌다

  알알이 박힌 투명한 마음으로 그대를 뜨겁게 유혹하고 싶다」

  - <다윈에게> 조주숙, 5호선, 개롱 -

 

하루의 시작과 끝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전철에 몸을 싣고 바쁜 일정에 쫓겨 다니는 지친 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지하철의 사랑이야기, 이것이 나의 모습이로구나. 진정 나를 위한 글, 나의 마음이 이러한들 그 누가 알아주려나, 헌데, 고개를 들어보니 나를 읽어내는 애잔한 시 한 구절이 있었으니, 그것이 사랑이구나. 우리는 그렇게 낯선 곳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지하철이 선사하는 사랑의 레시피를 발견하게 되는 것. 그것이 빠르게 이동하는 전철 안에서 그 순간만이라도 온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연꽃 한 송이 돌 속에 꽃 핀 몸을 새겨 넣을 동안

  새 한 마리 돌 속에 나는 몸을 새겨 넣을 동안

  소나무 한 그루 돌 소에서 달빛 두르고 걸어 나올 동안

  대나무 한 그로 돌을 뚫고 구름에서 일어설 동안

  내가 뻘 속에 주저앉아 진흙 꽃봉오리나 밀어내고 있을 동안」

  - <낙관>, 이향지, 5호선, 애오개 -

 

우리의 삶은 사랑이 존재하기에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한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파동이 두 볼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다는 것, 우리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랑의 레시피>는 고즈넉한 사랑의 넋두리를 담아서 독자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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