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정대진 지음 / 책마루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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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 복지와 교육환경 그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하나 둘 씩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새로운 개혁을 위한 집단이 형성될 것이다. 개인 심리에서 시작된 것이 점차 군중심리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치계가 엉망이라느니,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둥 여러 말이 나돌게 마련이다.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자극하는가? 사실 우리는 개천에서 번쩍하고 용이 신분 상승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산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 알아주겠지. 천만에, 이제는 착각하지 말라고 세상이 말하고 있다. 이미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자신들의 연결망을 구축하여 소리소문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그래서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의 저자는 그 엄청난 모순을 이 책에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혹독한 경쟁에 내몰려 산다는 걸 알지만 인간적으로 이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상식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경쟁해야하고 어른들과 단절된 상황에서 고립되는 이중고를 겪는다.」p.59

 

대한민국의 중심지,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특정 지역을 운운하면서 시대의 문제점을 고발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반박할지는 몰라도 이것은 엄연히 사실인 것.

편법을 남발하여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는 꼬락서니가 참으로 밉상이지만, 현실을 그야말로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천의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를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은 불특정 다수에게 문서화되어 자신의 뜻을 당당히 밝히는 저자의 의견과 바람이 한곳에 모여서 엮어진 책이다.

 

 


「꿀이 있는 곳에 벌과 나비가 모여들듯 한 방에 인생 역전할 수 있는 시험에 젊은 청춘들이 부나비처럼 모여들였다. 자신의 인생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젊음을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그 구조이다.」p.132

 

사회적 약자는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가.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에 이르러 최저생계비로 간신히 삶을 유지하는 빈곤층일 것이다. 제아무리 명석한 아이가 원대한 꿈을 품고 이를 펼쳐보려 안간힘을 써도 자신의 길을 틔워줄 부모의 경제력이 한없이 약하다는 것을 안다면, 과연 이 아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대하여 논하는 것을 시작으로 속속들이 등장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을 믿지 못하여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여 사교육에 힘을 실어보지만, 결국은 공교육에 소속된 학교 교사가 제출하는 시험 문제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

 

 


「중앙권력 집중현상과 이에 따른 진입로 병목현상을 완화하려면 권력의 출원지를 다양화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와 일부 명문대 정원확대로 견고한 성곽을 확대해나갈 게 아니다. 그 수를 소수정예화하고 핵심권력에 이르는 사람들의 출신학교와 배경을 다양화해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점진적으로 합의를 이루어가며 시행해 가야한다.」p.136

 

수도권과 지방의 소도시가 그 무엇이 기준점이 되어 질적으로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것인가? 오르면 오를수록 누리는 혜택이 많아서인가? 내려가면 갈수록 낙오자가 되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개인적으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자가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다. 이것 또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차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그 가치관은 누가 만들어주었는지, 혹 모순투성이라 불리는 세상이 암묵적인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고?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은 독자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저자의 입장에서 판단한 시대의 문제점을 우리에게 고발했으니, 이제는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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