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이토 다카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달력을 한 장 남짓 남겨둔 11월에 접어든 날이었다.

그날따라 바람도 매섭게 불어오고 혼자 집에 있어서인지 몸과 마음이 왠지 모르게 착잡했다.

우두커니 책을 읽으려 방에 들어갔는데,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라는 책에 시선이 꽂혔다.

서른이 되기 전에 반드시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20대 후반의 청년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뿔싸 그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위해 반지까지 준비했는데,

그만 단기기억상실에 걸리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반지라는 것은 참 많은 의미가 있는 듯하다.

외로운 손가락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감싸준다고 해야 할까,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고결함의 증표, 아니면 나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외적인 요소라고 해야 할까.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다는 과거형의 하소연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스케이트장에서 넘어지면서 머리에 타박상을 입으며 정신을 잃고만 주인공 가타야마는

불과 몇 시간 전에 프러포즈하기 위해 반지를 준비했고,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그 찰나의 순간을 몽땅 머릿속에서 잃어버리고 만다.

더욱 이 상황이 난감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가타야마는 세 명의 여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었고, 그녀들이 가진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 이제부터 가타야마는 그녀들을 만나며 자신의 결혼 상대를 찾기 시작하는데…….

 

 



 

 

「"차라리 반지를 끼워보지 그래? 그러면 느낌이 오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아니라면 뭐라고 할 거야?

  아, 역시 넌 아니구나, 반지 돌려줘, 이럴 수도 없잖아?"

  "반지를 세 개 사는 거야, 세 개. 어때?"

  "그럴 돈이 어딨어? 올해는 보너스도 거의 안 나왔다고."」p.73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 주인공이 괘씸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소설이라는 전제하에 읽었지만,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를 걸치면서 여자들을 만나 온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서른을 넘기 전에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압박감에

치우쳐 반지의 주인공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의 작가는 결혼을 코앞에 둔 남자의 심경에 웃음과 재미를 보태어

나름 유쾌하게 끌고 나가려 했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하기에 앞서 현실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얼핏 들추어내어

넉살 좋게 웃으면서 이 책을 읽고 덮기보다는 한 번쯤은 인생의 커다란 관문이 될 수도 있는

결혼이라는 것에 대하여, 조금 더 나아가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가타야마가 반지의 주인공을 찾아내서 결혼했는지는 비밀로 남기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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