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퇴화하는 생물이 되어가는 느낌이 뇌리에 꽂힌다.

가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의 그림자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욕망에 현혹되어 앞만 보고 달리는 인간을 뒤로 한 채

그의 그림자는 그만 멈추고 싶어 주저앉고 싶을 지경이다.

인간을 다룬 책은 그 무엇을 읽어도 흥미롭다.

인간이 소재가 되어 책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그런 부류의 장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탈을 쓴 거대한 흡혈귀를 연상시키는 <딩씨 마을의 꿈>이 그런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처음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국가의 명예에 심한 손상을 입히고 자신들에게도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라며 저자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왜 판금조치를 당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딩씨 마을의 꿈>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p.8

 



 

이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둥징에서 웨이현으로 가는 도로 남쪽에 있는 딩씨마을에서 사건이 시작된다.

현 교육국장은 딩씨마을을 찾아와 매혈 운동에 동참하면 지금보다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하는데….

즉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피를 사는 행위가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었다.

 

 

 

「딩씨 마을은 피를 팔면서 점차 피에 미쳐갔다.

  평원에서 피를 팔면서 피에 미쳐갔다.

  십년 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궂은비처럼

  열병이 쏟아져 내렸고, 피를 팔았던 사람들은 모두 열병에 걸렸다.

  열병에 걸린 사람들은 개가 죽은 것처럼,

  개미가 죽은 것처럼 그렇게 죽어 나갔다.」p.60

 

<딩씨 마을의 꿈>이룰 수 없는 꿈의 올가미를 갈망하는 자들의 절규가 담겨 있다.

가난의 지독한 몸부림에 결국 피를 팔고 받은 돈으로 집을 장만하고

먹을거리를 사들이는 그들의 모습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피에 중독되어 미쳐가고 있었다. 노랗게 쪼그라든 얼굴과 움푹 팬

두 눈에는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피를 이용해서 막대한 돈을 끌어모으는 자가 등장한다.

그야말로 인간을 겨냥한 이윤추구의 참혹한 결과를 보여주는 소설이라 하겠다.

 



 

「옌롄커의 소설에서 현실과 허구, 상상과 진실, 합리성과 부조리성,

  과장과 변형의 경계를 통시에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p.462

 

 



 

모든 것은 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던가.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본성을 건들어 감춰진 욕망을 들추어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몸에서 쉴새 없이 새어나오는 핏물은 어쩌면 마지막 울부짖음의 표상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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