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
주원규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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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인 위선의 탈을 쓴 하나의 반란이 종교적 딜레마를 조심스럽게 건든다.

선악의 모호한 기준점에서 믿음의 신이냐, 영혼의 구제냐,

그 무엇이 인간의 뼛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하여 우리는 반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신앙, 비신앙인의 거리에 하나 둘 씩 늘어가는 오묘한 십자가의 불빛이 소멸하는 듯하지만,

다시금 그 발광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선다.

우리는 종교의 딜레마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믿음으로 일구어낸 하나의 산물인가?

차라리 그것은 채울 수 없는 욕망이 분출한 형상에 불과한 것인가?

종교란 무엇이며, 신은 무엇인가, 믿음은 또 무엇인가?

 



 

2009년 1월 20일 용산4구역 철거 현장 화재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강로 2가에 있는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경찰, 용역 직원들 간의 충돌이 빚어낸 것으로 6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었다.

그 문제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이 속출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자의 마지막 몸부림에 대한 연민이었던가,

경찰특공대까지 합세하여 과잉 진압을 해야만 했던가?

 

<망루>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권마저 박탈당하는 철거민들과 거대한 군집을 이룩하려는

교회세력과의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실체를 담고 있다.

 



 

 

「누군가의 삶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그곳의 옥상위에

  짙푸른 빛을 머금은 망루가 세워지고 있는 광경이 드러났다.」p.268

 

 

책은 세명교회의 신자 '정민우'라는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가 희생하는 세명교회의 어두운 비리가 서서히 법의 조망을 벗어나

선을 가장한 악의 그림자로 모든 이의 눈을 멀게 하는데….

세명교회 조창석 목사의 아들인 '조정인'의 등장과 함께 정민우는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조정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가 되고,  

정민우에게 설교문을 대신 작성해 줄 것을 다짐받는다.

세명교회는 교회 개축을 도화선을 삼아 도강동의 재개발에 주력하고

그에 반발하는 도강동 세입자와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는데….

 

 



 

「교회의 모습을 잃어버린 교회를 참된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의 장소로

  합리화하는 정인의 논리에 민우는 깊은 의구심이 들었다.」p.44

 

이 책을 읽으면서 중점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할 부분은

종교 안의 또 다른 종교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 참사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 많아서 책의 흐름이 낯설지 않았다.

거기에 종교 세력에 대한 의구심을 여지없이 가상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베일에 가려진 종교의 내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넌 예수가 과연 어느 땅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대했던 거냐?

  천군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저 멀리 하늘 저편에서 구름을 타고

  강림하는 신화 속의 모습이라도 기대 했던 거냐?」p.127

 



 

<망루>에는 재림예수를 향한 모호한 신념을 지진 자들의 위선적 모습도 거침없이 폭로한다.

진정 교회란 신앙의 전파를 위해 설립된 곳인가?

결국은 그것이 하나의 세력집단으로서, 유익함이냐, 무익함이냐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판단하게 되리라 본다.

책의 전체적인 문맥이나 흐름은 막힘없이 읽을 수 있도록 유연하다.

하지만, 그 유연함 속에 감춰진 작가의 깊은 통찰력과 호소력을 느낀다면

이 책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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