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바보 예찬 - 당신 안의 바보를 해방시켜라!
김영종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본질은 같다고 하나, 그 깊이를 헤아리는 척도나 접근방법은 다양하다.

사람 또한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 속의 또 사람이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게 존재하는 사람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건 무색무취하게 본성을 드러내는 제2의 이성이다.

우리는 이성이라는 것에 마비되고 억압받는다.

그것은 세속된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마땅히 따르는 것이라 변명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반드시 무언가 빠져 있다.

지금부터 무엇이 빠져 버렸는지 찾아볼 것이다.

바로 《헤이, 바보 예찬》을 통해서 말이다.

 

《헤이, 바보 예찬》은 115분량 정도의 얇은 책이다. 그 얇음 속에는 두꺼운 진리가 깔려있다.

이 책의 저자 김영종은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을 통해 하나의 진리를 터득한 듯 보인다.

우선, 《우신예찬》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우신예찬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인문주의자인 '에라스뮈스'가 저술한 책으로

주요 내용은 어리석음의 여신 모리아가 이 세상이 얼마나 많은 무지로 채워져 있는지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은 힘을 뽐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성직자들 사이에서 소모적인 논쟁들이 불거져 나왔는데, 그를 지적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우신예찬》에 '어리석음의 여신'이 나왔다면《헤이, 바보 예찬》에는 '바보 여신'을 등장시킨다.

바보 여신은 현자라 불리는 대상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책의 형식은 하나의 논설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따금 '그렇지 않나요?'라고 독자에게 자신의 질문에 수긍하는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형식의 문장도 등장한다.

 

「여러분, 여러분 안에 있는 자신의 바보를 학대하면서 현자의 계산된 바보를

  흠모하는 그런 유혹에 빠지지 마세요.

  여러분 안의 바보가 살아나야 내가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서

  이성의 계획을 무산시킬 수 있단 말입니다.」p.31

 

우리 안에 잠재된 이성의 계획을 무산시키겠노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라 소개하는 '자존심', '아첨', '망각', '게으름', '쾌락', '경솔',

'안일함'을 통해서 철학적 관점의 이해를 고찰시키는 개념으로 인간의 본성을 폭로한다.

 

「진리라는 걸 가르친다면서 시험으로 등급을 나누어 차별하는데,

  어떻게 진리를 시험으로 칠 수 있나요?

  시험은 지배자의 질서에 봉사하는 수단일 뿐입니다.」p.93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책이다. 모호한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지만,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100%는 아닐지라도 70% 정도는 내 것으로 수용했다.

 

책의 끝머리에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전가의 보도이며 모수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이성.

  그 앞에서 바보가 맥을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런 고민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바보 여신이 홀연히 내게 왔어요.

  자신의 분신들을 위해, 그 분신이 뭔지 알겠죠? 내 안에 있는 바보 말예요,

  그들을 위해 연설을 하겠다면서요. 」p.124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과 그런 대상의 본질과 가치를 꿰뚫고

풍자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 둘은 대등한 입장일까?

아니면 한쪽이 한쪽에 억압받는 위치가 되는 걸까?

어지러운 세상이기에 바보 여신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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