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오만불손하고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득실거리는 세상을 사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도 어쩌면 살아가는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언제나 치열하게 서로의 눈치를 보고 염탐하며 기회를 갈취한다.

경쟁이 목숨만큼 중요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도덕책에 실린 내용은 이제 하나의 형식에 불과해졌다고 본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둥

버스나 지하철에 노인이 타면 자리를 양보해줘야 한다는 둥 도덕적인 설교가 빽빽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진정 도덕적인 인간이라 양심을 과감히 펼쳐 보이며 말할 수 있는가?

때로는 도덕이라는 것에 아닐 부(不)자를 붙여서 '부도덕'적인 삶을 사는 건 아닐까?

 

<부도덕 교육강좌>의 저자 미시마 유키오의 프로필을 보고 느낀 점은

가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작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9년 대학 졸업 후 《가면의 고백》을 통해 일본 주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주요작품으로는 《사랑의 갈증》《푸른 시절》《금각사》등이 있으며, 《풍요의 바다》의 마지막 편을

출판사에 넘긴 후 자신의 추종자를 데리고 일본 자위대 주둔지에 난입하여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후 할복하여 45세의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도덕적인 형식을 벗어나고 있다. 하나같이 청개구리를 닮아있다고 보면 된다.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 「친구를 배신하라」, 「약속을 지키지 마라」,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라」, 「악덕을 많이 쌓아라」, 「죄는 남에게 덮어씌워라」,

「남의 실수를 보고 웃어라」, 「남에게 꼬리를 잡혀라」,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

실로 어이없고 난감한 소제목 투성 이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부도덕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경우도 발생할지 모른다.

근데 중요한 것은 저자가 부도덕을 강조하면서도 그래서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결국은 도덕적 삶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노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하거나 너무나도 불행할 때 자칫 고백 병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때야말로 인내가 필요한 시기다. 고민상담란을 읽고 정말로 걱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웃으며 읽지 않는가?」p.256

 

관념처럼 뿌리 박힌 도덕적 발상을 마음껏 뒤집어 그의 양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베여든 인간적 도리를 신랄하게 풍자한 신선한 느낌이다.

참고로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쓰였다고 한다.

50년전 저자의 발상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어느 정도 흡수된다고 보인다.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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