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각기 독특한 모습에 남다른 사연을 담고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를 비롯하여 모든 이의 삶이 뭔가 특별하고 넌지시 엿 보고 싶은 마음도 한껏 부푼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그 누군가가 살아온 이야기는 언제 듣고 들려줘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투성이다.

나고 자란 곳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똑같음을 갖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감성이다.

어디선가 들은 사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사연 속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였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그렇게 모두의 사연을 담고 이 세상에 태어난 책이다.

저자 전성태는 1994년 <닭몰이>로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근대화 과정의 삶과 풍정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문제로 폭넓게 작품 속에 투영시켰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소설집 《늑대》《매향(埋香)》《국경을 넘는 일》등 다수가 있다.

 

이 책은 풋풋하게 차려놓은 시골 밥상이다. 어머니의 손때가 진득이 묻은 밥상머리에는

그 시절의 할아버지, 할머니, 형과 아우, 동네 친구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배꼽을 흔들어 재끼는 구수한 된장찌개가 펄펄 끓어 넘치는 그곳에는 추억의 진미가 잔뜩 베여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묶는 글은 지었다기보다 주웠다 전하고 싶다.

작가란 모름지기 세상 이야기를 주워 얻을 뿐 새로 짓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어린 시절 기억에서, 혹은 길에서 주운 얘기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옮겼다.」

 

 

주워담은 이야기치고 감칠맛이 척척 맴돈다. 그 속에는 정해진 주연과 조연이 없다.

모두가 <성태 망태 부리붕태>의 주인공이다.

부모님의 애잔한 자식애, 효자 효녀가 따로 없는 아름다운 자식들의 모습,

눈물 콧물 범벅이던 개구쟁이 동네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과정에 얽히고설킨

인연들은 모두 조각조각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천을 이루었고 그것이 삶의 지도가 되었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저자의 두 번째 이름이다.

어린 시절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지어주신 별명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별명 지어 주기를 즐기셨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일종의 별명 짓기 공식이다.

일테면 '철수'는 철수, 망수, 부리붕수가 되고,

'영희'는 영희, 망희, 부리붕희가 된다.」p.6

 

정겨움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옛 시절의 풍경이 잔잔한 물결처럼

눈앞에 일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추억을 되새겨 보고 싶은 많은 이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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