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빠끔해진 눈에 힘을 주고 쉴 새 없이 쌓이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사는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넘기고 또 넘기며, 읽고 또 읽어가는 와중에 시간도 함께 거침없이 흘러간다.

질끈 동여맨 넥타이와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고 건물 옥상에 올라 그야말로 처량하게 담배를 무는 모습,

하늘을 향해 뿌옇게 번져가는 담배연기 속에는 현실과 미래를 아우르는 꿈과 희망이 뒤섞여 마구 피어오른다.

이것이 직장인의 비애인가?

그들은 매 순간 누구를 위해 일에 매진하고 삶을 꾸려나갈까.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를 읽고 이런저런 넋두리가 귓가에 울린다.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의 저자인 페데리코 두케스네는 밀라노에 위치한 국제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삼십 대의 젊은 변호사다. 그는 2007년 4월 '불법 사무소'라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블로그를 통해서 기업 전문 변호사로서의 희로애락(그 속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많은 이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기업 변호사인 '캄피'씨의 무한 반복되는 일상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엮어놓았다.

데스크톱 두 대를 사이에 두고 늘 함께 일하는 절친한 '니콜라'와의 끈끈한 직장동료로서의 우정담,

시시콜콜 애매한 조건을 제시하며, 캄피씨를 괴롭히는 직장상사 '주세페'씨와의 좌충우돌!

캄피씨는 직장동료 '아킬레'가 미처 수습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면서

본의 아니게 떠넘긴 하나의 프로젝트를 맞게 된다.

그리고 상대회사에서 만난 '에밀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그녀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되는데…….

 

 

「나도 되도록이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 (중간생략)

  책상에 널브러진 종이들을 치우고 서류를 뒤적이는 척한다.

  책장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바인더를 꺼내서 먼지를 털고 다시 제자리에

  끼워 넣는다.」p.56

 

기업 변호사로 살아가는 캄피씨의 일상을 통해서 비단 변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거침없이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회사와 완벽한 거래 성사를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쥐어짜내어 서류를 검토하고

계획서를 작성하는 모습, 그리고 회의를 진행하면서 서로의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미스러운 다툼이 생기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였다.

 

「어쩌면 창문에 비친 내 셔츠는 선명한데 내 눈이 흐릿한 건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나도 열정이 있었다. (중간 생략) 일이 내 태양이 되었고, 그 외의 것들은

  상자 속에 넣어져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p.237

 

직장이라는 것이 생계수단으로서의 필수 조건이라 여겨지는 세상 속에서

많은 직장인이 온갖 일에 치이고 치여 생성된 그 많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지 걱정도 된다.

변호사의 일상을 엿보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의 자아정체감이 불투명해지지 않도록 그들을 위한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서 그들에게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저 나갑니다."

  "그래. 오후에 또 들러. 새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중간생략)

  "그게 아니고요. 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이 회사를 나간다고요. 영원히."」p.328

 

캄피씨는 시니컬하게 제2의 인생을 위해 과감히 새로운 출발선을 향했다.

영원한 삶의 동지가 되어줄 에밀리에게 "파티해야겠어요, 난 이제 할 일이 없거든요."

당당히 말하며 돌아서는 캄피씨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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