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머니라는 말보다 엄마가 더 친근하고 익숙한 나에게 <천국에서 온 편지>

주는 느낌은 경이롭고, 또는 코끝이 싸해지고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정을 주었다.

이 책은 최인호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살아생전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하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젊은 날의 어머니를 이 책에 담아냈다.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또 할 수 없는 말이 많은 존재는

우리의 어머니가 아닐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연을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나도 이제 다 안다고, 나 이제 다 할 줄 안다고, 그러니 상관하지 말고

신경 쓰지 말라며 그렇게 엄마의 가슴에 영원히 뽑아내지 못할 대못을 박았던

철없던 시절을 떠오르게 해주었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관련해 일본으로 출장을 나와 있을 무렵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 순간 그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이 교차했을까.

불편한 몸으로 앉은뱅이가 되어버린 어머니는 늘 출장을 떠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또 떠나냐?"

"네."

"이번에는 며칠이냐?"

"……두 달쯤 걸릴 거 에요, 어머니."

"두 달, 두 달이라면."

(중간 생략)

"그새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비통하고 애가 타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아들을, 나의 자식을 또 볼 수 있을지가 걱정되고 슬퍼 지셨나 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리 길지 않았던 모자간의 대화 속에는

너무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와 감정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아생전 천주교 성당에 다니시며 하느님을 숭배하셨던 어머니의 모습

언제나 안티푸라민 약통에 묵주를 보관하셨던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안티푸라민 약을 통해서 몸이 많이 안 좋으셨던 어머니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묵주를 어머니의 관 속에 넣어 드리고 어머니의 묵주를 간직하기로

한 작가의 모습과 젊은 날 자신의 그릇된 행동으로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던 점을 뉘우치는 모습은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어머니는 긴 소설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고 두꺼운 생의 책뚜껑을 덮는다.

어머니의 시신을 덮는 두꺼운 관의 뚜껑은 어머니의 생을 마무리하는 대하소설의

책뚜껑과 같은 것.

어머니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관 뚜껑으로 미완(未完)의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는다.p.70」

 

천국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띄우는 아들의 편지는 심금을 울린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쓰는 편지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어머니 영혼에 바치는 가장 솔직한 고백과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본다.

<천국에서 온 편지>를 통해서 언제나 우리에게 영원불변한 존재로 남게 될 어머니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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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6-0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