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 시선 시인선 50
황시은 지음 / 시선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꽃잎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흩날리다

푸른 하늘이 비추는 대지의 숨결이 일렁이고 있음을 느꼈던 책!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창가에 흘러내리는 빗물이 시집을 잡은 나를 유혹한다.

이리 와서 나를 느껴보라 속삭인다.

 

 

자연과 사물이 가진 절대적이고 고유한 의미를 시적언어로

새롭게 탄생시킨 황시은 시인의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

 



「마른 몸뚱이를 감싸고 있던 비늘들이 날아오른다

짧지 않은 소풍을 마쳤으니 하늘로 돌아가잖다

엄마는 이는 바람이 서럽다

안방 문을 열고 아랫목으로 돌아가 눕는다

아랫목엔 잘 달구어진 연탄아궁이가 먼저 와 누워

그 눈빛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중, '풍경 · 1 - 마늘' (p.12) -

 

 



엄마의 손에서 껍질이 한 올 한 올 벗겨지는 마늘은

우리에게 얼룩덜룩 묻어 있는 삶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두텁게 묻어있는 삶의 껍데기를 들추어내자,

조용히 다가온 바람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소풍을 마쳤으니 하늘로 돌아가잖다.」는

결코 짧지 않았던 인생의 여정을 마친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엄마는 멀어져가는 그 여정에 가슴이 시려온다.

먼저 와 누워있는 연탄아궁이가 엄마를 위로해주러 기다리는 듯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태어난 시집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단비 스며든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솟아오른 새싹의 메아리가 들리는 듯 하 

고,  꺅 꺅 거리는 까치가 물고 온 반가운 소식도 담겨 있으며,

나와 우리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작가는 그렇게  

오색찬란한 무지갯빛

시선으로 그 모든 것을 그려냈다. 글의 힘도 아니요, 작가의 힘도 아니다.

황시은작가의 내면의 울림이다.

 

한 구절 한 구절 모든 구절이 모이고 모여 시(詩)가 되었다.

 

입덧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아닐까.

그래서 두 눈에 보이고 이 내 마음에 스며드는 그 느낌을 시를 통해서

표현했나 보다.

「언제쯤이면 나의 입덧은 끝이 날까」가 남기는 메시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꿈틀거림은 아닐까 생각된다.

 

봄이면 입덧을 하는 시인의 마음은 곧 우리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함께 느끼며 시집을 읽는다면, 이제 다가올 봄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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