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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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되어 날아간 열일곱 청춘의 시간

 

 

1988년 3월 25일 일어났던 안양 그린힐 섬유봉제공장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의 줄거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이 책의 화자인 순지와 친구로 등장하는 정애와 은영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성장했고, 늘 소소한 일로 다투는 순지와 정애의 사이를  

다독거려주는 은영의 모습에서 세 사람의 깊은 우정을 느낄 수 있다. 

 

열일곱, 세 사람은 저마다 품은 꿈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그리고 봉제공장을 다니며 야간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온갖 수모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돈도 벌고 공부도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봉제공장 화재사고로 정애와 은영은 세상을 떠나고

순지는 큰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리게 되는데….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아서

아이들이 쉽사리 날 수 없었던 세상 이야기

 

 

70~80년대 정치적 격변의 시기를 거치고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의 혼재는 그 시대를 살았던 10대 청소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성년자 불법고용과 저임금문제, 노동자의 인권마저  

철저히 무시당하는 80년대 사회의 모습은 과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린 새싹을 짓밟는 커다란 발은 무엇인가?

꿈조차 쉽게 꿀 수 없는 청소년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모순되고 이질적인 현실을 조심스럽게 또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갈수록 치솟는 대학등록금으로 학생신분 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돼버리는 세상이다. 교육계의 숨은 비리는 힘없는  

학생들은 뒤로 한 채, 가진 자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되뇌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의 삶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작가는 책을 통해서 사회의 양면성과 청소년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묘사하며, 형식적으로 내세우는 교육의 목적을 땅속에 묻힌 나무의  

썩은 뿌리를 뽑아내 듯 과감히 탈피하고, 진정 우리 청소년기에  

직면한 아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지적하고 있다.

 

 

부디 이 책을 통해서 현실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어두운 모퉁이에  

주저앉은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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