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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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임진왜란이 '도자기전쟁'이라고 불리운 이유를 아시나요? 물론 임진왜란이 천하를 손해 넣으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계략으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가령 전쟁이 패배할지라도 그에게는 손해볼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이 전쟁이 끝난 후에는 일본이 그토록 탐내던 조선의 도자기 기술자들을 얻을수가 있었으니까요. 또한 조선의 도자기 막사발은 일본 제왕이 그토록 탐내던 도자기였고 결국 국보 이도다완이 되었다고 하는데 위 내용들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소설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토마토출판사에서 출판된 박희 작가의 《제왕의 잔》입니다.

집나간 어머니의 발자취를 찾아 사기장 해동이 있던 민요에 정착한 도경은 흙의 감촉과 향에 매료되어 양반 자리를 버리고 스스로 천하디 천하다는 사기장이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아버지의 빚때문에 어쩔수없이 대방의 수양딸로 팔려온 연주는 왜관에서 주문한 사기를 찾으러 민요에 갔다가 그곳에서 도경을 만나게 되었고 이내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요.​

하지만 둘 사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연주는 새로 부임한 부사의 첩이 될 위기해 처하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도경은 연주를 구하려다 붙잡혀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왜관에서 가마를 직접 만들고 자체적으로 사기장을 양성하길 원했던 일본 대마도주 소우는 능력있는 도공 도경이 필요했고 연주와의 관계를 이용하여 결국 도경을 자신의 왜관 노비로 만들게 됩니다.

도경은 반역죄를 쓰고 양반기생으로 팔려간 연주를 구하기 위해 소우의 명령을 받고 명나라로 향하게 되는데요.

도경은 그곳 최대 도자기 생산지인 경덕진 어기창에서 평생의 악연인 요시다와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속은것 조차도 모른채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는 도경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더라구요.

자꾸 엇갈리기만 하는 도경과 연주의 운명은 어찌될지, 도경과 요시다의 악연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마지막으로 도경과 계속 이어지는 또하나의 인연 아오이와의 운명은 어떨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숨막히게 하고 가슴아프게 하더라구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역사를 보면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뿐 아니라 천하를 얻으려는 자신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중 하나가 바로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얻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앞서말했듯 임진왜란이 도자기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것 같아요.​

도자기 한점이면 조총 수십 정을 살수 있을 정도로 귀하고 값진 조선의 도자기였기에 일본입장에서는 자체 생산한 도자기가 그만큼 절실히 필요했었다고 합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자조차 없는 상황에서 조선의 사기장들은 그야말로 왜인들이 탐낼수밖에 없는 타깃이 될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인 사기장들은 조선인 사기장으로서의 힘든 삶을 뿌리치지 않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임진왜란이 끝난후에 많은 조선인들이, 특히 많은 사기장들과 도공 기술자들이 억지로 일본으로 끌려가 어쩔수없이 도자기를 빚게 됩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조선으로 돌아갈지언정 환영받지도 못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던 일이었음에도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은 너무나 따갑게 그들을 쏘아붙이고 있더라구요.

그들은 어디에서 살더라도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소속되지 못했으며 비참함과 절망 속에서 존재감없이 삶을 살아가야 했을것 같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한 사람들의 결과라니 안타깝기도 하더라구요.

책속의 도경의 삶은 더 기구했었습니다.

그가 요시다에게 뱉었던 말처럼 그의 삶은 너무나 고단하게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함께 하지 못하고 요시다를 향한 복수심때문에 너무나 자주 삶이 위태롭고 흔들리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심장으로 그릇을 빚는 천한 사기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 마음이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조선 사기장으로서의 자부심 하나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만큼 참으로 대단했던것 같아요.​

글을 읽다보면 광해군도 등장하고 동인, 서인 등 조선 지배층과 일본 지배층의 권력다툼도 보여서 그 시대 배경이 어떠한지 대충 짐작할수 있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정치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따금 화가 나기도 했었답니다.

아는 역사속에서 현재의 정치적인 모습과도 비교해 가며 읽을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또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지배계급층 밑에서 고초당하는 민초들의 삶이 책에서는 훨씬 더 도드라져 보였던것 같습니다.

특히 천한 사기장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인들을 통해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놓고 있어서 간접체험해볼수가 있었습니다.

고단한 삶의 와중에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부심 넘치는 도경의 모습을 보면서 참 닮고 싶고 부럽기도 했었습니다.

도경의 역사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우리야 말로 각자 저마다의 역사 한페이지씩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불행하고 불안한 사기장'의 운명을 지닌 도경과 양반기생이라는 모욕적인 삶을 살게 된 연주라는 두 인물을 둘러싸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속에 가려져 은밀하게 모습을 감춘 도자기 전쟁속으로 들어가보시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일것 같아요.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 그 이도다완은 실은 조선의 막사발이다."라는 프롤로그가 참으로 인상적인 역사소설 《제왕의 잔》이었습니다.​



ㅡㅡㅡㅡㅡㅡ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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