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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생각의 가벼움
박중현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3년 2월
평점 :
참을 수 없는 생각의 가벼움(박중현)_북스타
한정되어 있던 사고를 넓혀주는 책
평소에 독서하는 것에 있어서 읽고 싶은 분야만 골라 읽는 ‘독서편식’이 심한 것 같아 이번에는 과감하게 이 책을 골랐다. 사실 책 앞장에 적혀 있는 “어디 가서 아는척하기 딱 좋은 책!”이라는 문구도 확 끌렸다.
인간의 본능을 조정하는 기술적 진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생각할 필요가 줄어든 반면 사회의 갈등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구조다. 이처럼 정보의 홍수가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시대라 단선적인 사고방식은 그 한계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P.5)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에게 넓은 지식과 올바른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독서편식이 심한 나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겐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을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읽다보면서 흥미로운 내용도 있는 반면,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 다수의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은 졸립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은 건너뛸까? 아는 부분이 나오면 재미있는데.. 이 내용은 나한텐 너무 어려운걸?’ 속으로 끊임없이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했다. 완독하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평소 전혀 관심 갖지 않을 이슈였겠지만, 책을 읽어나감으로 조금 더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다방면으로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너무 깊게 파고 드는 건 아니라서 너무 복잡하지 않게 머리 쓰지 않고(물론 조금 생각해야할 부분도 있지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2-2 자존감을 찬양하는 현대 사회(p.49)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심리학의 대중화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트렌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서강대 최진석 명예교수가 설명하는 국가의 성장 단계별 핵심 기능을 하는 학문과도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국가의 초기 단계 : 법학, 정치학 등이 중심 기능
-국가의 성장 단계 : 신문방송학, 공학, 경영학 등이 중심 기능
-선진국 단계 : 철학, 형이상학, 심리학 등이 중심 기능
*3-4 두뇌가 추는 춤, 창의성(p.105)
창의성이 교육 분야에서 본격적인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창의성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성격적 요인의 공통점은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개방성, 독창성, 독립적 판단력, 사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낙관적인 태도, 모험심, 지적 호기심, 용기, 미래 지향적, 정서적 또는 심미적 민감성 등이 그것이다.
철학이나 심리학이라는 학문은커녕 대학 교육도 받지 않았던 셰익스피어의 성취는 놀라움 그 자체다. 그가 세밀한 인간 심리를 분석하고 불후의 창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정형화된 교육이 아닌 남다른 생각과 사유의 결과물이다.
블룸버그에서 나온 기사를 보면, 한국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는 뛰어나나 졸업 후 직장인이 되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심층 창의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p.112)
문학, 예술, 경영, 과학기술, 철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시대적 천재들의 삶을 잘 분석해 보면 공통으로 매우 고차원적인 창의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엿보인다.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 몇 가지를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①딥 제너럴리스트 성향을 보인다
②미래인의 관점을 가진다
③눈에 안 보이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3-6 예술하는 인공지능(p.121)
미국의 미술평론가 아서 단토의 경우는 자신의 저서 <무엇이 예술인가>에서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져 철학이 그 설명을 한다고 말한다. 즉 누가 기존의 것을 더 많이 부정하고 더 심한 일탈을 하는가 경쟁하듯 신선함을 좇다 보니 점점 미적 보편성이나 예술의 규범이라는 의미가 흐려지고 결국 철학과 의미 부여의 싸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대중들이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바나나 테이프 작품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라는 작가가 2019년 ‘코미디언’이라는 제목의 바나나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바나나 작품은 1억원이 넘는 거액에 팔렸다고 한다. 이런 것이 바로 개념미술이라고 한다. 개념미술의 출발은 마르셀 뒤샹. 시장에서 구입한 소변기를 전시장에 그대로 갖다놓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뒤샹은 생각이 곧 예술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사실 바나나와 소변기.. 우리 일상에 널린 평범한 것들을 과연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싶다가도 작가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넣으면 그게 바로 예술이다. 나와 같은 대중들은 띠용하는 궁금증과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야 하겠지만, 대다수의 시선과 비난을 무릅쓰고 우리가 전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평범한 물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도 참 대단한 것 같다.
*5-2 정상화 편향과 안전불감증(p.179)
한국 사회에서는 모든 방면에서 ‘정상’의 범주 안에 들지 않으면 ‘유별난 사람’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을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기에 주어진 범주를 벗어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언론이 우매하면 국민이 고생한다
자신들이 가진 힘과 영향력을 늘 일차원적이고 자극적인 일에만 쏟을 뿐, 정작 사회의식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한 발짝 앞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언론이 정상이 되어야 그 사회의 기준이 정상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불행한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처벌할 대상을 찾기에 여념이 없는 과정에서는 진실과 거짓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론은 언제나 한껏 장전된 비난의 화살을 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뿐이고 대중들이 이런 천박한 문화에 동조해 주는 것을 멈춰야만 미디어가 변화할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
*5-4 정말로 그럴까?(p.191)
정신이 고도화될수록 반대급부로 정서 질환이 동반될 수밖에 없고(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심리학이 더 중요시된다), 그 과정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아모르 파티 정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의 평균 정서 질환 수준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행복으로 재전환하는 노력(성장 이후 성숙으로)에 있어 가장 선두에 있는 문명권은 현재 기준으로는 북유럽이다.
인구 감소, 꼭 나쁜 것인가?(인간의 생은 역사의 축소판)
물론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의 감소로 연금 문제 등 사회에 큰 부담이 올 힘든 시기는 있겠지만,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찰나의 순간이다. 오히려 더 시간이 지나, 줄어든 새로운 세대가 다시 중장년층이 되어갈 시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쾌적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읽으면서 ‘헐!’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구 감소, 저출산 등 오래전부터 대두된 사회 문제에 대해 저자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생의 전환기라는 개념은 사람의 나이가 대략 35~40세쯤에 자아의 대전환기를 맞이한다는 패턴을 이론화한 것이다. 사실상 인생의 ‘진짜 사춘기’이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인생의 목적과 과제가 크게 달라지고 한 개인이 이 시기를 통과할 때 여러 가지 형태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적인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매우 흔하지만, 사실은 자아가 자기에서 분화된 삶을 살다가 인생의 중반기 이후 통합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성장통이다.k 즉 스스로 불균형을 자각하고 본래의 균형을 찾아가려는 자연스러운 생의 사이클이며 본격적인 자기 치유 메커니즘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러한 재생(심리적 부활)의 과정에서 혼란과 진통이 어느 정도 수반되는 것은 필연적이다(p.201)
*5-5 공평한 것이 공정한 것인가(p.204)
‘공평’한 것이 ‘공정’한 것인가?
아마도 이 대사가 함의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 기본값, 즉 당연한 상태라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우 철학적인 대사다. 과연 공평한 것이 공정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도 공평에 의한 평등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지나치게 팽배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를 늘 주시하며 지나친 비교를 하는 과정에서 공평함을 추구하면 할수록 더 불공평해지는 현상도 많고, 또 압도적인 불공평은 쉽게 인정하면서 약간의 불공평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많기 때문이다.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