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영화 속 세계 시민 교육 이야기 - 흥미진진한 영화로 살펴보는 빈곤, 기후 위기, 미디어, 인권, 난민, 사회적 책임 십 대를 위한 인문학
함보름 외 지음 / 팜파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대를 위한 영화 속 세계 시민 교육 이야기_팜파스

 

내가 십대에 읽었더라면 좋았을 책, 생각을 자라게 하는 꿈나무 책

 

빈곤, 기후 위기, 미디어, 인권, 난민, 사회적 책임.. 예전에는 크게 관심 갖지 않았던 분야들이지만 최근 튀르키예 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보니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본기를 쌓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난 십대는 아니지만 저런 사회문제에 대한 기본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처음부터 어려운 책, 심오한 책을 고르면 분명 읽다가 첫 번째 파트에서 책을 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십대를 위한 영화 속 세계시민 교육 이야기라니.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 너무 어렵지 않게 쉽게 풀어서 책을 집필했을 테고, 영화와 관련되어 있으니 이해하기도 더 쉬울 것 같았다. 여러모로 흥미를 끄는 책이었다.

그리고 맨 첫 장에는 그 유명한 기생충영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기생충 영화를 봤다. 꽤나 늦게 본 편이다. 기생충 영화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상도 타고.. 그러고 나서 얼마나 영화를 잘 만들었길래 저렇게 이슈지?’ 하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약간 께림직 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이 책을 읽으면서 기생충 영화를 다시 곱씹어 보니.. 왜 이 생각은 못했고, 아 이런 부분에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동안 영화를 그저 영화 자체로만 감상했다면,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에서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영화를 봤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곱씹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책을 읽고나서 그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생충 다음에는 가버나움이라는 영화가 나온다. 이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영화도 보고싶어졌다.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가버나움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도 그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빈곤은 아이들에게 더 냉혹하다(p.28)

영화는 이 가족을 통해 빈곤이 어떻게 되물림되는지를 보여 준다. 어떤 선택지도 없었지만, 자인은 도덕과 존엄만큼은 잃지 않았다. 그렇지만 고작 열두 살 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은 냉혹했다. 죄 없이 태어나 나이 많은 남자에게 결혼으로 팔려 가는 동생을 구해 줄 수 없는 자인은 이 땅에 태어나게 만든 부모를 고소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가난의 대물림과 빈곤이 과연 개인의 문제인지를 말이다.

 

책에서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게을러서라고 생각한다고. 사실 나도 부유하고 가난하진 않지만, 지하나 옥탑방에 살며 끼니도 제대로 떼우지 못하는 정말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 게을러서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라고 반성하게 됐다. 그들은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시작점부터 다른 삶을 살아온 자들이기에 마지막점도 그리고 현재의 삶이 이어지는 지금까지도 다른 사람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깊게 생각하지 못하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문제들을 책에서는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 스토리를 이해하고 사례도 파악할 수 있으니 너무 무겁지 않게(물론 영화는 우리 삶을 대변하는 것이지만, 그런 무거운 사회 주제를 실화로 다룬다면 더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사회적 문제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고령화 속도보다 빠른 노인 혐오 속도(p.75)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김만석 할아버지는 늘 화가 나 있는 사람처럼 큰소리를 내고, 버럭 하며 반말을 일삼는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지만 김할아버지 또래의 노인들은 6.25 전댕과 급격한 산업화 등을 겪으며 팍팍한 삶을 살아와서 대부분 가족 간의 유대감을 쌓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고, 부드러운 대화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과 대화하면서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노인이 된 사람들 역시 젊은 시절이 있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나와 관련 없는 소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인이 부정적으로 보인다면 추후 나이든 나 역시 부정적으로 볼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가슴이 찡하며 울컥했다. 가끔 나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막무가내로 밀치고 큰소리로 고래고래 통화하는 노인분들을 볼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는데.. 생각해보니 모든 노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에 퇴근 시간에 직장인들이 많은 지하철에 굳이 꾸깃꾸깃 짐 끌차를 우겨넣고 지하철을 타서 자리 없는지 큰소리로 자리없나? 아이고 힘들어라외치시며 두리번거리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시선이 갔고, 많은 이들이 쳐다봤다. 그리고 예상외로 다른 할머님, 할아버님이 보다시피 퇴근 시간이라 자리는 없어요. 다음부터는 퇴근시간 피해서 다니는 게 좋으실 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굉장히 젠틀하셨고, 그 끌차 할머니가 기분 나쁘지 않게 좋은 말투로 대화하듯이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할머님, 할아버님이 아니라 젊은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 끌차할머니는 젊은 사람이 버릇없다고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셨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세대 간 갈등이 극심해지는 이유를 우리나라가 너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노인과 젊은이들이 살아온 시대와, 이런 경험의 차이는 세대 간의 단절을 부추기기 쉬우며,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만나고 교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고, 나도 모르게 했던 노인 혐오, 무심코 지나쳤던 문제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빈곤, 기후 위기, 미디어, 인권, 난민, 사회적 책임 등.. 나열하지 않은 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있지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크게 주위를 기울이지 않은 문제들도 많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돌이켜보고 관심을 갖다보면 우리가 가진 문제들도 조금씩 차차 나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는다.

 

나는 십대는 아니지만, 십대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니, 십대가 아닌 성인에게도 좋은 책일 것 같다. 생각을 하게 만들고, 생각을 키워주는 책인 것 같다. 우리에겐 이런 책이 필요하다.

 

*서평단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