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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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을 지하철에서 읽는 나로서는 이 책을 떳떳하게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게 처음엔 좀 그랬다. 제목에 '10대'라고 떡하니 박혀 있는 책을 아줌마가 돼갖고 심각한 표정으로 읽어가려니... '저 사람은 아마 나를 교사라고 생각할 거야'라고 자기최면을 걸어가며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10대만을 위한 것이라 하기엔 이 책 내공이 만만찮다.

정치학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 어디까지가 정치학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아니 사람 사는 데 정치 아닌 게 있기나 한지 한계를 긋기 어렵지만, 이 책은 일단 우리가 사는 현실과 고전적으로 다루는 상식 선에서의 정치학을 다룬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학교 다닐 때 다 배운 뻔한 얘기는 아니다. 정의 자체야 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배우지 못한 관용의 중요성, 그리고 당시 교과서는 외면했지만 현실에서 생중계되던 민주화의 진정한 의미에 관한 이야기까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져야 할 상식과 희생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런 면에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좋은 책인 것 같다.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때 학생들이 그렇게 용감할 수 있는 게 내심 놀라웠는데, 이런 책을 읽으며 내공을 쌓는 아이들이라면 나중에 더 멋진 '민주시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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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삶 - 간절히 원하는 그 모습으로 살아라
강헌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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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나름 읽을만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드물게 가슴을 뛰게 한다. 책 한 문장 한 문장이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있는데, 묘하게도 가슴 뛰게 하는 건 저자의 세세한 안내도 때문이 아니라 비전을 향해 밀고 나가는 저자의 에너지가 전해져서다. 약간 투박한 듯하지만 진심어린 충고와 제안을 하는 저자의 신념에 감탄하기도 하고, 나도 당장 비전 하나쯤 고민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고, 무엇보다 읽는 내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내 인생의 키워드로 합당한가를 생각했다. 나는 대체로 책에서 '이렇게 하자'가 나와도 하나도 실행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왠지 그러면 저자에게 미안할 것 같고, 많이 손해볼 것 같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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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의 도전과 창조
리처드 브랜슨 지음, 이장우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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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훨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ㅎㅎ
리처드 브랜슨은 영국사람이라 그런지 경제경영서에서도 (사업 규모나 독특함에 비해) 자주 조명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그저 '괴짜 경영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독특한 이벤트를 하는 것으로만 거론될 뿐 이 사람의 경영철학 같은 걸 진지하게 적어놓은 책은 별로 접하지 못했다. (내가 적게 읽어서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쩝) 그러던 차에 이 책을 구해서 읽게 됐는데, 참, 걸출한 인물이라는 게 딱들어맞는 사람인 것 같다. 괴짜라는 표현도 그렇고.
책에서 보자면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개인기업으로 그 엄청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이 사람의 지향점이 '돈'에 있는 게 아니라 '즐거움, 열정' 그리고 '더 나은 내일'에 있어서 돈만 밝히는 악덕 기업주는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기업가로서 환경이나 사회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기준이 뚜렷하고 내 생각엔 그게 참 옳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우리나라 기업가들도 회사를 나눠갖기 싫다면 이런 식의 청렴한 독재자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섬을 통째로 사고, 뭔가 보호해야 할 것 같은 야생지역에 집을 짓는 등의 이야기는 읽기에 좀 고까웠지만, 어쨌든 생각과 도전정신이 어떤 성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모델인 것 같아 읽는 내내 유쾌했다. 그리고 그의 시련과 성공이 장엄하기보다 유쾌하게 읽혔던 건, 어쩌면 그의 지향점 자체가 즐거움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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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 동안의 남미 - 열정에 중독된 427일 동안의 남미 방랑기 시즌 one
박민우 지음 / 플럼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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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매우 특별했다. 다른이들이 이 책에서 수없이 느낀 남미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시선, 저자의 매끈한 글솜씨로도 충분히 특별한 책이지만, 내게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박민우의 대학동기라는 특수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뭐, 같은 과라 해도 노는 반경과 듣는 수업과 관심사가 별로 일치하지 않아 속깊은 친구는 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이 쓴 책을 읽는다는 건 참 특별한 경험이다. 얼마 전 동기 모친상에 갔다가 근 10년 만에 박민우를 만났는데, 그 사이 덜커덕 작가가 되어 있더란 말이다. 예의 두뇌회전보다 반응속도가 빠른 수다로 혼을 쏙 빼놓는 것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를 것 없었다. 그리고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말이나 글이나 다를 것도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박민우가 바로 옆에서 떠들어대는 것 같은 착각에 계속 큭큭대며 읽었다.

처음엔 책 내용 자체보다는 저자에게 마음이 쓰여서 사고칠 때마다 조마조마해하며 읽었는데, 나중에는 차츰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야가 넓어지면서 먼저 느꼈던 것은 남미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어디서든 사람을 만나고 뒷골목까지 뒤져 친구를 만드는 저자의 선천적 따뜻함과, 그래서 맡을 수 있었던 진한 사람 냄새였다. 예쁜 곳만 찾아다니거나 멋있는 척 폼잡고 혼잣말만 하고 다니는 여행 에세이보다 얼마나 솔직하고 깊고 유쾌하던지, 내내 '또 은인을 만나네, 복도 많아, 얘는' 하고 부러워하며 웃어가며 즐겁게 읽어갔다. 이 책을 읽으며 당장 짐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아마 이처럼 깊이 만나고 교감하는 저자의 심성과 능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책에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3권을 한꺼번에 사서 밤새워 읽어가다가, 3권 끝맺을 즈음에 와서 갑자기 우울해졌다. 아무리 소심하다고 오버를 해도 어쨌든 박민우는 짐싸서 떠날 용기와 자유가 있다는 생각에, 일상에서 1cm도 못 벗어나는 내 삶의 안이함이 잠시 지겨워진 것이다. 아마 나만 이런 속상함을 느낀 건 아닐 거다. 서른 몇 해 동안 귀찮아서 해외여행도 안 간 나를 충동질할 정도로 쎈 책이다, 얘는. 뭔가 일상이 밋밋하다 느껴질 때, 한번쯤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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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슈퍼히어로
앤드류 카우프먼 지음, 박산호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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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잘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의 책인데, 분량을 차고 넘치도록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설정은 이렇다. 토론토에는 294명의 슈퍼히어로들이 산다. 수많은 초능력자들이 등장한다는 면에서는 <X맨> 같은 구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의의 용사도 아니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존재도 아니다. 그들의 초능력은 현실의 밥벌이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아, 예외적으로 '사업가'는 초능력 덕분에 사업가가 됐다고 했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계'나 주인공의 연인인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완벽녀' 정도는 그나마 괜찮지만, 아무 데서나 떨어지는 '추락녀', 행운의 선물을 아무도 안 받아주는 '행운의 여신', 킹카 만드는 재주가 있지만 그들에게 끌리지 않는 '평강공주' 정도 되면 오히려 그들의 삶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구석도 있고. '불가능해씨'나 '언젠가' 같은 캐릭터라면 나도 해볼 만하다(자랑거리는 아니지만... ㅡㅡ:).

이런 인물들이 왁자하게 등장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초능력이랄 게 없는 '톰'이다. 아내만 자기를 못 보는 최면에 걸려 이 남자 매우 당황스럽다. 게다가 아내가 하필 남편의 부재(혹은 남편의 '도망', 자신의 '차임')를 못 견디는 완벽주의자인지라 이 남자 자칫하다간 사랑하는 아내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질 위기에 처했다. 최면을 풀기 위해 묘안을 짜내는 과정이 흥겹고, 단순하지만 절묘한 반전이 있어 이야기로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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