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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슈퍼히어로
앤드류 카우프먼 지음, 박산호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손에 잘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의 책인데, 분량을 차고 넘치도록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설정은 이렇다. 토론토에는 294명의 슈퍼히어로들이 산다. 수많은 초능력자들이 등장한다는 면에서는 <X맨> 같은 구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의의 용사도 아니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존재도 아니다. 그들의 초능력은 현실의 밥벌이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아, 예외적으로 '사업가'는 초능력 덕분에 사업가가 됐다고 했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계'나 주인공의 연인인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완벽녀' 정도는 그나마 괜찮지만, 아무 데서나 떨어지는 '추락녀', 행운의 선물을 아무도 안 받아주는 '행운의 여신', 킹카 만드는 재주가 있지만 그들에게 끌리지 않는 '평강공주' 정도 되면 오히려 그들의 삶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구석도 있고. '불가능해씨'나 '언젠가' 같은 캐릭터라면 나도 해볼 만하다(자랑거리는 아니지만... ㅡㅡ:).
이런 인물들이 왁자하게 등장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초능력이랄 게 없는 '톰'이다. 아내만 자기를 못 보는 최면에 걸려 이 남자 매우 당황스럽다. 게다가 아내가 하필 남편의 부재(혹은 남편의 '도망', 자신의 '차임')를 못 견디는 완벽주의자인지라 이 남자 자칫하다간 사랑하는 아내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질 위기에 처했다. 최면을 풀기 위해 묘안을 짜내는 과정이 흥겹고, 단순하지만 절묘한 반전이 있어 이야기로도 재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