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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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쌍용차 후원금을 내고 받아둔 책을 이제 읽었다. 읽던 소설이 끝나서 별 생각 없이 집어들고 출근길 혼잡한 지하철에서 펼쳤다가, 석 장을 채 못 읽고 덮었다.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어찌하지 못해서. 공지영의 소설은 대학 때 열심히 읽다가, 운동권 후일담이 지겨워져서(왜 곱게 떠나지 않고 그걸로 글 써서 돈을 벌려 하지? 하는 나름의 분노를 안고) 십 몇 년을 안 읽었다. 오랜만에 읽는 데다 소설이 아니어서인지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있었지만(생생한 고발이 아니라 문학적 수식이 드러나는. 소설이었다면 물론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별 다섯 개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별 따위로 재단할 수 없는 그들의 사투가 이 책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맞아, 그때 지붕에서 그런 일이 있었지 그게 벌써 몇 년이나 됐네' '맞아 대한문 앞에 그들이 있었지' '이 추운 날 철탑 위에 오른 사람이 그들이지' 하며 이미 알고 있었으나 깊이 절감하지 않았던 기억들의 궤를 다시 맞추며, 나의 무심함을 탓해야 했다. 공지영에게 분노했던 나는 그동안 얼마나 떳떳하게 살아왔던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대통령 선거결과만으로 앞으로 5년에 미리 절망해서 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어쩔 수 없었던 심정이 글에서 오롯이 전해졌다. 더 이상 죽지 말아야 한다. 이미 주저앉은 소시민의 삶이지만,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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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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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자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의 감수성은 평소에 갖추고 있고, 장애우라는 말의 낯간지러움과 과잉배려에서 느껴지는 역차별(? 나는 너와 다르다는 강한 거리감)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의 선별력은 갖추고 있다고 평소 자부했지만, 실상 내 수준은 딱 그 정도였다. 대학 다닐 때 이런저런 책들을 읽고 세상 보는 눈을 조금씩 키워가면서 성폭력적인 어원을 가진 욕설이나 '무뇌' 등등의 차별적인 언사를 쓰지 않기 시작했을 때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섬세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고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그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인식의 지평이며 그 사람이 주장하는 가치관일 텐데, 스스로 인권에 대해 민감하다고 생각했으나 실상 내가 쓰는 말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무심히 넘기곤 했던 온갖 폭력적인 상황들을 돌이켜볼 때 나도 그닥... ㅠㅠ 나이 먹어가면서 기준이 분명한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편한 대로 생각하고 재단하고 내뱉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던 것.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안토니아스 라인> 등의 주옥같은, 혹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적인 영화와 함께 펼쳐진다. 저자가 살면서 겪은 이야기도 곁들여서. 사춘기를 코앞에 두고 슬슬 반항의 시동을 거는 딸을 보며 심기가 복잡해지는 우리 부부는, 저자의 절절한 체험에서 나오는 '지랄총량의 법칙'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로 했는데, 그 바탕이 체념일지, 부모의 어리석은 사랑일지, 저 아이를 독립된 주체로 보는 의연함일지는 실제로 닥쳐봐야 알 일. (또는 작심삼일 결심에 그치고 말지도 모르는 일.) 의연한 부모 또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대로 나의 인권감수성을 계속 점검하고 건드리며 예민하게 유지해야 하겠지. 아무에게나 반말 찍찍 뱉고 못마땅하다며 혀를 차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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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 빅 데이터에서 찾아낸 70억 욕망의 지도
송길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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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인의 대타(?)로 OMW라는 세미나에 간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빅데이터의 다양한 화두에 대해 다루는 자리였다. 거기서 저자를 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예사롭지 않은 튀는 옷차림ㅎㅎ 책에도 나오는 센티멘탈맵을 가지고 강연을 했는데, 옷차림만큼 예사롭지 않은 내용이라 여러 사람의 발표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다. 그때 '포정해우'라는 고사성어를 들며, 사람들의 정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르라는 말을 했던 거 같은데, 이 책에서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보다는, 요즘 유행이라고 하니 한번 알아둬야겠다는 정도로 큰 기대 없이 갔던 세미나에서 의외로 재미있는 내용을 많이 들었던지라 이번에 책을 냈다길래 구해 읽었다. 저자의 독특함은 이 책에도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뭣보다 경영서 코너에 있는데도 사람의 '욕망'이라는 본질적인 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나처럼 막연한 관심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하는 바가 큰 것 같다. 하긴 기획이나 마케팅이나 결국 욕망을 건드리는 것이니. 빅데이터라는 말은 거창하고 어려워 보여도 결국 사람의 욕망을 일일이 세서 보여준다는 것이고, 빅데이터에서 욕망을 보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시범을 보이듯 빅데이터분석결과에서 어떤 욕망이 드러나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런 부분들을 특히 재밌게 읽었다. 때때로 내 욕망을 들키는 예시가 나오는 것도 신선했고. 내가 아이폰으로 시작해 맥북과 아이패드까지 사들이게 된 것에는 스타벅스에서 폼나게 그것들을 만지작거리며 앉아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 면도 없지 않은데, 그걸 콕 찍어 말해서 놀랐다 ^^: 이것 말고도 OMW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필립스 얘기도 나오고, 삼성SSD 얘기도 나오고 연예인 얘기도 나오고 해서 시종 흥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빅데이터를 이렇게 활용하고 있구나 하고 내심 놀라기도 했다. 일을 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이 '우리 회사도 이런 거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사장님이 결정할 일이니 일단 패스. 나로서는 빅데이터가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지 실제로 느끼고 납득하게 된 것으로도 괜찮은 독서였던 거 같다. 책을 덮으며 '질문을 준비하자'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데이터에 뭘 물어볼지가 더 중요하다고. 그게 곧 창의력이란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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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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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에 대해 내가 가진 정서를 말하자면, 신경숙 소설과 비슷했다. 뭔 소리냐 하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법의 소설이고 한 번도 '그 사람 글 좋아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읽는 동안에는 내내 정신없이 빨려들어가고, 읽고 나서도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야 하건만, 뭐 여튼 그렇다. ㅡㅡ

<1Q84>를 늦게 읽게 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아마 뭔가 힘들고, 힘든 내게 선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샀을 것이다. 읽는 속도도 느려서 한 달 넘게 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는데, 그만 그 시간 동안 책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조그맣지만 희한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뭐야, 여기도 혹시 달이 2개 뜬 세상인 거야?' 하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ㅎㅎ 무엇보다 두 주인공을 놀랍도록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 감탄하며 읽은 책.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감정이 '그리움'이라면, 내가 너무 띄엄띄엄 읽은 건가? 모르겠지만, 여튼 내게 해석된 이 책은 아름다룬 사랑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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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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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소설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주위에 많았다. 다만 그 친구들이 나보다 나이가 좀 어려서 나는 맘대로 '20대 여자들이 좋아하는 소설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곤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황석영 선생의 추천사를 보고, 이 감식안 좋은 노작가가 추천하는 것이면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 뒤늦게 읽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발랄하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특별함조차 덜하다고 느끼면서도, 왜 나는 이 글이 이렇게 좋을까 의아해하며 읽었다. 예전에 표지만 보고, 저 (촌스러워 보이는) 빛바랜 풍선은 왜 저렇게 제목과 잘 어울리나 싶었는데, 책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이 저 표지 같았다. 젊은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보다는 오히려 신산스럽고, 그렇다고 예전 작가들처럼 마냥 우울하거나 슬프지도 않은 천연덕스러움이랄까 싶은. 아무렇지도 않게 읽는 사람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글이었다. 읽는 동안 두근두근했다. 이 작가의 다른 글도 어서 구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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