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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장애자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의 감수성은 평소에 갖추고 있고, 장애우라는 말의 낯간지러움과 과잉배려에서 느껴지는 역차별(? 나는 너와 다르다는 강한 거리감)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의 선별력은 갖추고 있다고 평소 자부했지만, 실상 내 수준은 딱 그 정도였다. 대학 다닐 때 이런저런 책들을 읽고 세상 보는 눈을 조금씩 키워가면서 성폭력적인 어원을 가진 욕설이나 '무뇌' 등등의 차별적인 언사를 쓰지 않기 시작했을 때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섬세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고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그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인식의 지평이며 그 사람이 주장하는 가치관일 텐데, 스스로 인권에 대해 민감하다고 생각했으나 실상 내가 쓰는 말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무심히 넘기곤 했던 온갖 폭력적인 상황들을 돌이켜볼 때 나도 그닥... ㅠㅠ 나이 먹어가면서 기준이 분명한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편한 대로 생각하고 재단하고 내뱉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던 것.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안토니아스 라인> 등의 주옥같은, 혹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적인 영화와 함께 펼쳐진다. 저자가 살면서 겪은 이야기도 곁들여서. 사춘기를 코앞에 두고 슬슬 반항의 시동을 거는 딸을 보며 심기가 복잡해지는 우리 부부는, 저자의 절절한 체험에서 나오는 '지랄총량의 법칙'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로 했는데, 그 바탕이 체념일지, 부모의 어리석은 사랑일지, 저 아이를 독립된 주체로 보는 의연함일지는 실제로 닥쳐봐야 알 일. (또는 작심삼일 결심에 그치고 말지도 모르는 일.) 의연한 부모 또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대로 나의 인권감수성을 계속 점검하고 건드리며 예민하게 유지해야 하겠지. 아무에게나 반말 찍찍 뱉고 못마땅하다며 혀를 차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