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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양장) - 제왕학의 영원한 성전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2
한비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고전은 제대로 읽은 게 없다. 몇 년 전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읽을 때는 무릎을 몇 번이나 치면서 정말 훌륭하다고 감탄했더랬는데, 그래봐야 내 기억력은 한 달짜리여서 이제는 그 책에서 어떤 고전들을 다뤘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이런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콩나물 키우듯 읽고 또 읽고 하는 것이다. 기억나거나 말거나, 읽다 보면 뭐 하나는 건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편안히.
그래서 읽은 책이 나도 놀랍게도 <한비자>다. 지극히 권력지향적이고 지극히 패권적이고 남성적인 제왕학에 왜 내가 관심을 보였을까나. 그건 아무래도 최근의 내 복잡한 멘털의 문제이겠으나, 여튼 결론적으로 볼 때 읽기를 참 잘한 책이다.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온갖 전략에 대해 다루는지라 읽다 보면 '내가 왕도 아니고 오너도 아닌데 이걸 왜 읽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이면에는 체제에 대한 고민이 보이고, 제왕다운 제왕이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지혜가 보인다. 그래서 묘하게 배울 게 있고, 지금 내 위치에서 '그래, 이래야지~' 하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종종 나온다. 한비자가 노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다룬 대목도 흥미로웠고. 번역이 너무 고루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것도 장점이다. 동양고전 번역을 아예 '시리즈'로 하셨던데, 몇 년 걸리면 동양고전들을 이 정도 깊이로 다 읽을 수 있을지 나로서는 가늠이 안 된다. 한 권 한 권 시간 날 때마다 읽어봐야겠다 싶다. 콩나물 키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