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창조자들 - 관리를 넘어 창조로, 새로운 경영이 온다
짐 콜린스 외 지음, 박산호 옮김, 이동현 감수 / 토네이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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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영서나 경제기사를 읽다가 간간히 들어본 'Fast Company'란 잡지는 경영의 신조류를 도발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매체였다. 이 책은 그 잡지에 실렸던 기사를 바탕으로 한다. 경영의 신조류를 소개한 잡지니 언뜻 IT 쪽에 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의 서두는 사뭇 신선했다. 위대한 기업의 조건을 설파한 짐 콜린스가 '빨리 팔아치우는 기업'에 대가다운 질타를 가하는 이 책은, 경영이 얼마나 새로워질 수 있고 경쾌해질 수 있으며, 그럼에도 진지해야 하는지를 큰 시야에서 보여준다. 리더십으로서의 용기, 직원의 행복을 고민하는 글은 위대한 리더들의 고민이 이렇게 깊구나 하는 것을 보여준다. 또 여유를 갖고 뛰라는 육상코치의 전략, '퀴담'으로 우리나라에도 친숙해진 태양의 서커스 사례 등은 대기업 사례가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실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정규직 이야기는 우리나라 이랜드 사태를 연상시키며 한층 고민스럽게 읽었다.

필자는 많지만, 이들이 이 책에서 공통점으로 강조하는 것은 '열정'인 것 같다. (감수의 글에도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글에서 소개한 사례도 모두 열정을 담은 것들이었지만, 그 글을 쓴 사람에게도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대가의 글은 이렇구나 하는 유려함이 느껴지는게, 오랜만에 읽은 생각할 게 많고 흥미롭기까지 한 경영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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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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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안 그래도 <방각본>이나 <열녀문>을 읽겠다고 생각만 하다 까먹곤 했는데, 이번에 책이 나와서 시리즈를 거꾸로 타게 됐다. 뭐 앞 얘기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서 읽는 데 불편함은 없다. 몇몇 유행처럼 나왔다 들어가는 팩션 작가가 아니라 미스터리 역사소설을 꾸준히 내기로 작정한 작가라는 건 그의 작품목록만 봐도 알겠다.

비운이라면 가장 비운의 왕인 정조에게는 본인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당시 환경 때문에라도 얘기거리가 많다. 박지원과 정약용을 필두로 하는 18세기 천재들은 마치 16세기 선조 때의 학자들처럼 쟁쟁하고, 윗세대 학자들보다 개방적이고 유쾌해서 아는 것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고 (신분상의) 한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정조를 만난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개혁군주로서의 정조가 그저 정치적 상황에서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절대군주로 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겠지. 또한 정조의 죽음과 함께 너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조선의 르네상스와 실학의 기풍이 어떻게 쇄락했는지를 목격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쓰렸다. 추리소설로서의 반전,은 솔직히 내게는 좀 미약했으나(작가가 좀 쉽게 타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열정과 작가의 노력, 그리고 수많은 각주로 달린 우리말의 애틋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열하일기>는 읽을 엄두가 안 나고, 고미숙의 책이나 다시 읽어볼까... 그런데 한번 읽으면 줄줄 외는 옛사람들의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배워야 하는건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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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 - 미루의 좌충우돌 1년 나기
강상구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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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아빠가 그렇듯, 내 남편도 육아휴직 중이다. 평소에 월급 짜고 일은 많다고 남편직업을 원망하던 양가 어른들에게, 이번 육아휴직으로 남편직장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다. ^^ 그럴 법도 한 것이, 나도 3개월밖에 쓰지 못한 육아휴직을 무려 6개월이나 쓴다. 것도 남.자.가.

주말만 되면 출근하거나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폐병환자처럼 누워서 TV나 벗삼던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나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주말마다 계획짜서 애들 데리고 놀러다니고 낮에는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저녁에서 반찬하고... 이거이거, 새로운 적성을 찾은 거 아냐? 놀림 반 감탄 반의 시간이 가고 있다.

육아휴직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처럼 남편의 before-after가 너무 달라져서 내심 놀라던 터에, 더 대단한 아빠를 소개한 방송을 보고 책을 읽었다. 애들 6개월 때까지 키워본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책이었다. 거기에 여자인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육아를 둘러싼 무수한 불합리들에 대한 고민까지... 학교 다닐 때 읽었으면 여성학 커리큘럼에 넣었을 법한 내공이 담긴 책이다. 거기다 그 바쁜 와중에 기승전결과 반전의 묘미를 갖춘 글을 쓴 노력도 가상하고... (혹시 사실은 글에 쓴 것보다 덜 바빴던 거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른 애 엄마들과 얘기해 보면서, 애 키우는 엄마의 로망은 남편의 육아휴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산후우울증이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지만, 가족이 몸 챙겨주고 애기 봐주고 하면 엄마가 애 잡는 끔찍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애 키우는 어려움과 소중함을 알기 위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정부는 남자들 육아휴직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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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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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이 특이한 이름의 책과 작가는 이번에 알았다. <눈먼자들의 도시>에 대한 리뷰가 하도 좋아서 1+1으로 준다기에 늦기 전에 서둘러 샀다. 너무너무 빡빡한 편집에 단락 없는 문장에 압도당해 언제나 다 읽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긴장되는데 혹여 독자가 그 끈을 놓을까 봐 쉼표와 마침표를 가려가면서 읽게끔 만드는 치밀함(?)까지, 읽는 내내 노련한 작가에게 휘둘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강력한 문장과 전개에 말려들어 꽤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눈먼>을 읽었을 때 가졌던 일말의 따뜻함과 믿음, 희망 같은 것이 <눈뜬>에서는 여지없이 깨지는 게 마음 아팠다. 삶의 존엄을 잃지 않는 부인과 남편, 그리고 경정의 관계는 매우 빛나는 것이었지만, 그것조차 현실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드러내 보인다. 이게 맞지만, 해피엔딩을 해보려고 했다면 많이 실망했겠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에 '박하사탕' 보고 우울했던 것처럼...  아... 내가 나이 먹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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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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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사면서 '지른' 책인데, 남편이 먼저 읽더니 계속 언짢아하며 읽지 말라고 한다. 남편은 심성이 지고지순 스타일이어서 절대 '멀티' 같은 건 할 사람이 못 되지만, 그렇다고 보수적으로 꽁꽁 막힌 사람도 절대 아니기에 이 책에 대한 반응은 약간 의외였다. 저 격한 반응은 왜일까...

작가의 말에 나오는 축구 얘기며 사회학은 또 뭔가 했더니, 책 안에는 일부다처 및 일처다부에 관한 온갖 사회학, 인류학 논의들이 나온다. 또 주인공의 현재 심경을 꼬박꼬박 축구(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축구는 별로 상대를 안 해준다. 남편이 새벽잠 설치며 보는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각종 활약상과 어록들만 상대해 준다.)에 비유한다. 수많은 축구와 관련된 사건과 어록 가운데서 주인공 상황에 맞는 걸 찾아내 접목시킨 부분은 참 절묘하다 싶었다. 그래서 축구에는 안티에 가까움에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반면 아내가 일처다부를 옹호하는 사회학, 철학, 인류학 논의들은 거의 날것으로 줄줄 나오는 것이, 이 사람은 자기 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예 매뉴얼을 만들어놨나보다 할 정도다. 전체 내용과 좀 겉도는 느낌이어서 약간 지루했다. 이 정도로 소화할 거면 빼도 되지 않았을까 싶게...

 한때 나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프리섹스가 맞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얼토당토 않게도 연애를 안 하던 기간에 이런 백일몽을 꾸고 있었다. 왜 백일몽이냐 하면, 프리섹스주의 같은 게 서로 상처받지 않는 쿨한 사랑을 꿈꾸고 만들어진 걸 텐데, 상대가 프리섹스주의자가 아닌데 혼자 쿨하고 혼자 멋있는 척하면 그 무심함에 결국 상대가 상처 입는다는 뻔한 사실을 아주 쉽게 간과한다는 거다. 자기 겉멋을 위해 또는 자기 욕정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예의 따위는 쉽게 내던지는 꼴이 된다. 주인공의 아내가 그럴듯한 이론을 들이대며 혹은 맨송맨송한 순진한 얼굴로 자기 주장을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분노가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남편이 옆에서 '화나지, 화나지?' 하고 물었을 때 '응,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어'라고 대답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책 자체로는 재미있고 상상력도 발칙하며 문체도 나무랄 데 없다. 어차피 이런 위험한 가정을 한 데 결론을 요구하는 건 무리니 결말이 다소 썰렁한 것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아 정말이지 예의를 상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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