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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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크기나 무게나 한손에 들고다니면서 읽기 딱 좋다. 내용은 더 좋다. 한자리에 앉아서 끝낼 수 있을정도로.

읽는 책이 있어서  조금 미룬사이 회사동생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랬더니 하루만에 들고와서는 마음이 울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숨에 읽을 생각으로 제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꼼짝도 안하고 읽었다.

 

  처음에는 밑도 끝도없이 등장인물 소개만 한다. 소개라는 표현이 조금은 맞지 않지만,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구라시마 에지는 교도소에서 직업훈련 목공 교사로 요코와의 소박한 행복과 종지부를 찍는 날이 다가오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악성 림프종. 53년의 일생을 마감하는 요코. 그리고 떠나는 그녀가 남편에게 남긴 편지 2통. 그 모든 만남은 편지로 부터 시작되었다.

 

  유서를 남긴 요코는 한통은 순순히 넘겨주지만 다른 한통은 요코의 고향에서만 수취할 수 있도록 해놨다. 그것도 12일안에. 초박하다.

유골을 고향바다에 뿌려달라는 부탁도 있고 다른 유서를 찾아야 하는 이유로 캠핑카를 타고 먼 우스카행 여행이 시작되었다.

캠핑카도 요코가 떠나기전 남편의 여행을 위해서 준비하도록 한것이다.

 

  그저 맨발로 문밖에 한 걸음 나오는 것만으로 세상이 이렇게나 달라진다. 이 작은 한걸음이 세상과 나를 바꾸는 기회다.

단 한걸음. '0'이 아닌, 한 걸음. 그 차이는 무한에 가까울 만큼 거대한지도 모른다. (p 254)

 

  집이나 캠핑카에 풍경을 달아놓았는데, 떠난 요코가 좋아하는 풍경소리이기도 하지만,

계속 함꼐 한다는 안도감과 사고로부터 지켜준다는 믿음이 여행을 더욱 깊이있게 만든다.  

 

 밤낚시를 할 때 다쿠야가 "나오코에게 보조개를 되찾아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는데, 그마른 일부러 전하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위해 뭔가를 해주겠다라는 말보다, 하루하루 작은 행동을 소중히 쌓아가는 것이 부부에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p 258)

 

  우스카에서 유골을 잘 뿌리고 에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평생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여행을 계속 해볼 생각인것이다.

 

  태어나서 곧 사라지지 않은 내 인생은 아직 이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어떤 바람에 휘둘릴지도 그때가 되어봐야 안다.

그저 가능하다면 유효기간이 아직 남아 있을 때 기적 같은 것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p 293) 

 

  죽음이 온다고 하더라도 살아가는 사람에게 삶으로 기억된다면 죽는게 아닐것이다.  

뜻하지 않는 이별은 당연한 생활을 통채로 흔들어 놓는 절망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희망이 찾아오게 만들기도 한다.  

당신에게, 옆사람의 부재를 한번쯤 생각해보고 새삼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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