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온 직원이 강추를 해서 재밌겠거니 했는데, 빌려주기까지 한다. 어쩔 수 없잖아. 읽어야지 음..

옆옆자리 강사님은 더글라스 케네디나 귀욤 뮈소와 비슷한 성향의 작가라고 귀뜸까지.

그래서 이 책만 읽으면 다 된다고 했다. 속으론 '설마요~" 하면서 첫장을 펼쳤다. 훗~

 

   벤 브래드포드는 변호사이다. 아내 베니와는 사이가 서먹하지만 애덤과 조시 두 아들을둔 평범한 중상층 가정이다.

변호사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원래 벤이 하고 싶었던 건 사진가이다.

늘 반복되고 지루한 찌찔한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윌스트리트 변호사라는 이름의 가치는 상당히 크다.

어느날 아내 베니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이웃에 사는 제리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사인다.

게다가 아내는 모임중에 벤의 술주정을 계기로 이혼까지 요구하고 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떠난 상태이다.

참을 수 없는 벤이 제리를 살해하면서부터 이 소설의 가속은 시작된다... 였다.

 

'돈이 곧 자유야.' 그렇죠, 아버지. 하지만 그 자유를 얻으려면 일에 몰두해야 하죠. (35p)

 

   아.. 그런데 난 왜 이책이 이리 지루한지. 이 책을 아는 모든이가 그랬다. 순식간에 읽을거라고.

하지만 난 일주일이나 손에 쥐고 있었다고.. 재미가 있기는 한데, 도통 줄어들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벤이 제리를 죽이고 제리가 되기까지 치민할 과정과 뛰어난 판단력. 새로운 도시에서 사진가로서 새 삶을 준비하는 과정.

모두 흥미로웠다. 이렇게 하면 완전범죄라는것도 있을 수 있겠구나. 진짜 세상에서도 가능 한 얘기겠지 감탄까지 했다.

그리고 욕심을 버리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재발견 할수도 있겠구나 깨달음도 컷던, 마음까지 흔들어놨다. 가능여부는 미지수지만. 흣

간간히 나오는 인생의 단면을 깊숙이 말해주고 있는 대사와 표현은 철학책을 대변해도 되겠단 생각마저 든다.

다 좋은데 오래걸렸단 말이지... 시간 없었단 핑계는 대고싶지 않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117p)

 

"내 말 잘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건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119P)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251p)

 

질문.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는 것은? 답. '텅 빈 지붕'. 다른 답. '자유'. (271p)

 

  술술 잘 풀리는듯 싶지만, 새 삶이란건 없다. 이런 과정에서의 새 삶은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니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마지막장의 대사는 살아도 사는 삶이 아니란 안타까움에 씁쓸하다.

 

'다 이해해. 다 이해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4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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