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 속에 봄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꽃과 나비가 아닐까. 이 책의 배경은 동남아시아의 어느 작은 마을이 배경이지만, 아이들의 동심은 어느나라에서든 비슷한 가 보다. 수채화 풍의 그림이 봄 햇살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분은 빨간 나비를 보고는 잡으려 하지만, 나비는 자꾸 달아나 버린다. 바나나꽃, 프랑지파니 꽃잎 등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림 속에서 나비의 움직임과 아이의 표정이 잘 나타나 있다. 더구나 아이가 상자 속에 숨는 장면이 웃음을 준다. 그러다 꽃으로 변장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너무나 재미있다.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새 요 위에 누운 분에게 나비가 찾아온다. 빨간 나비가 다시 찾아온 거예요. 분을 만나려고요! 이 부분에서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비가 분을 찾아온 거란다. 나비와 분의 친구되기는 이렇게 기다리면 찾아오는 친구 같은 존재였나 보다. "안녕, 나비야! 다음에 또 놀러 와! 꼭!" 나비가 분의 볼을 간지르자 분의 표정에 피어나는 미소를 보니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 봐요." 분이의 이 말 속에 참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기다린다는 것. 누군가를 맞이하거나 친구가 되기 위해 먼저 다가서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때론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인 것 같다. 작은 아이도 나비를 보면 그 나비를 잡으려 한다. 나비가 예뻐서 그 나비를 자신의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것은 아이가 나비를 자기가 가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나비는 아이에게 잡히지 않고 아이는 날아가는 나비를 쫓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이와 그 때의 일이 문득 그려진다. 나비와 친구되기. 어쩌면 참 어려운 일인데도 이 책의 작가는 분이와 나비의 관계를 참 설득력 있게 잘 그려내었다. 누군가와의 관계맺기도 나비와 친구 되는 이야기처럼 즐겁고 행복한 것일까. 이 책을 보니 봄에는 자연과 하나되고, 친구되는 그런 物我一體의 세상을 아이와 함께 누려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