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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하나 ㅣ 그림책 도서관 45
알랭 알버그 글, 부루스 잉그만 그림, 손미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굵고 진한 선으로 그려진 연필 그림,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연필 하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존재 이유가 있고, 나름의 의미와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사람이나 생명체가 아닌 사물인 경우엔 더더욱.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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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반조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을 그리고 강아지 부루스를, 마일드란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그렸다. 검은색과 흰색만 가능한 연필과 달리 그림 붓 키티는 사과와 뼈다귀, 고양이 사료에 칠을 해 주었고, 반조에게는 가족과 친구와 공이 생겼다. 그림 속의 가족들은 모두 무언가 불만이 있었는데 그 불만을 해결해 주기 위해 등장한 것은 지우개였다. 모두 행복해졌는가 싶더니 지우개가 신이 나서 더 많은 것을 지워버렸다.
연필이 그리는 것들을 자꾸 지워버리는 바람에 지우개를 가두어 두려고 새장도 그렸지만, 지우개는 그 새장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지금도 지우개는 누군가의 그림을 열심히 지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필은 또 누군가의 손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테고.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되었다. 삶은 계란에도 빌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공에 세바스찬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10마리의 줄지어 가는 개미들에게 조차 이름을 지어준 작가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인다.
작고 귀여운 연필 하나가 펼치는 상상과 모험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 그 속엔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세상의 모습이 보인다. 싸우고 때론 지우고 싶은 기억, 행복한 기억들, 매일매일 다르게 펼쳐지는 세상의 모습들이 그 속에 있는 것 같다. 연필과 그림 붓이 놓여있는 네모난 상자는 집, 가정이라는 공간의 편안한 휴식처가 아닐까 싶다. 오래전 혼자 살았던 연필에게 새로운 친구인 그림 붓이 함께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