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백양나무의 곁가지다. 백양나무의 곁가지가 들려주는 사랑과 희망, 꿈, 생명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이다. 길 위의 작가 김주영님은 하룻밤을 자면 다음날의 잠자리를 예측할 수 없다는 풍천노숙의 삶 속에서 초라하고 버림받고 잊혀진 사물과 사람에 초저을 맞춘 분이라고 한다. 민초들의 언어와 토속적인 언어를 책 속에 담아 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백양나무 곁가지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끼고, 부대끼면서 깨우쳐 나가는 진실된 목소리가 아닐까.
 은은하고 평온한 그림도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내음이 물씬 풍긴다.
 첫장을 펼치면서 조금은 놀라게 되었다. 내가 자란 곳이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이다. 기차가 지나갈때 밭에서 손흔들던 기억, 기찻길앞에서 멈춰 기차소리를 듣던 기억들. 위험한 철길위를 걸어다니던 어린시절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어린시절 재희처럼 소를 몰지는 않았지만, 모내기 철에는 참 나르는 것을 돕고, 내가 어릴때 우리집 외양간에는 소를 키웠다. 소로 써레질을 하시던 아버지 모습도 기억난다.

내이름은 순식간에 백양나무 곁가지에서 나무 막대기로, 다시 회초리에서 똥친 막대기로 전락한 것입니다. 내 몸의 반쯤은 오물투성이를 뒤집어쓴 똥친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그로써 내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실날 같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날 길을 고대했던 것조차 속절없는 꿈이 되어 버렸습니다...      -p98-

 백양나무 곁가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박씨의 손아귀에 꺾여버린 나뭇가지의 하소연도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나뭇가지도 생명이 있는 존재, 사람에겐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느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작가의 심성이 아닐까 싶다.

 나는 회초리 감으로 그녀에게 선택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선택되는 행운까지만 누리고 싶었을 뿐 그녀를 내려치는 회초리로서의 역할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내 운명이 너무나 빨리 마감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P75-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라앟는 그녀를 내리치는 도구로 사용된 백양나무의 곁가지의 마음이 깊이있고, 셈세하게 그려진다.
 
백양나무 곁가지의 거듭된 변신 속에 똥친 막대기로 측간에 갇히면서 희망은 물거품이 되는데 측간에 있던 막대를 어미나무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재희가 옮겨주었다. 비로 물결을 흘러 긴 여행을 마치고 뿌리를 내리고 서 있어야 할 장소에 도달한 똥친 막대기.

 살아가다 보면 힘들고 험한 고난의 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인하게 버텨내고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의 이야기도 이와 같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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