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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 어느 말의 자서전
애너 슈얼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블랙 뷰티 앞에 붙은 어느 말의 자서전이라는 부제는 이 책은 말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이끌어가는 내용의 글이란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양장본의 세련되어 보이는 듯한 이 책에 대해 처음에는 말없이 살다간 말의 슬픈 일생이려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끝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는 표현을 해도 되런지 모르겠다.
갓 결혼했을 때 애완견 한 마리가 집 근처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신음하고 있어서 애완견을 아끼는 한 아가씨가 119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사람도 아닌 강아지 때문에 출동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사람의 인명이 강아지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강아지도 생명을 가진 생명체인데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에 그리 맘이 편하질 못했다. 여러 번 전화를 해서 119에서 구조원이 오긴 했는데 그런 동물은 동물보호소에서 잠깐 있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키울 사람이 없으면 안락사로 죽인다는 끔찍한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유순하게 자라기도 하고 괴팍하게 자라기도 하는 것 같다. 말또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자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은 ’말들의 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말들에게 혹독했다고 한다. ’재갈과 굴레, 마구와 편자, 멍에 받침대와 눈을 가리는 차안대’ 이 모두가 말에게 채운 도구라는데 거기에 째찍질과 제지 고삐의 고통까지. 제지 고삐의 유행때문에 말들은 더 고통받게 되었는데 이 책이 출판되고 나서는 그 유행이 사라졌다고.
’블랙 뷰티’라도 불린 검정말이 그려내는 말에 대한 이야기, 밤색 암말인 진저와 가까워져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만 마부 존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잘 지내다가 주인마님의 병환으로 2~3년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을 해야 했기 때문에 블랙 뷰티와 진저는 다른 곳에 팔려간다. 그곳에서부터 블랩 뷰티에겐 불행한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승객용 마차업을 하는 제리를 만나 함께한 시간은 행복했고, 제빵업자의 일을 도울 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고 한 노인과 손자의 손에 팔려 가면서 다시 예전의 블랙 뷰티로 돌아온다. 처음의 집 사육사와 재회를 하는 블랙 뷰티.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말들보다는 훨씬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애완견을 예뻐 보이라고 귀를 자르고, 털을 다 깎아버리고, 꼬리를 잘라 버리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것도 동물 학대다. 말은 꼬리가 없으면 파리를 쫓기 힘들다고 한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도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행동인지 아님 유행이나 단지 예뻐 보이라는 이유때문은 아닌지. 한 번쯤 반성해 볼일이다.